날적이

110726

오후3시 2011. 7. 26. 12:39


약속 안지키는 사람이 정말 싫다. 비난리는 비난리고. 그렇게 비가 오는 와중에도 역 근처에는 매의 눈으로 먹이를 노리는 포교자들이 눈을 휘번뜩 거리며 돌아다녀서 새삼 미칠려면 이 정도는 미쳐야 하는 구나(!) 하는 큰 깨달음을 주셨다. (지겨워 죽겠어 아주 이젠 얼굴도 외울지경) 더불어 그 순간에도 몹시 안 좋은 예감은 있었다.

평소 회사에서 정시퇴근해서 집에 오면 6시 50분~55분. 그게 딱 지하철 배차간격 만큼이라서 정수기 정기점검하러 7시에 온다는 말을 듣고 좀 서둘러 걸었다. 혹시나 10분 먼저 와버리면(!) 집안 꼬락서니도 그렇고 현관에서 만나(!) 같이 들어가게 되는 불상사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다행히 55분에는 도착했고 불편해 보이는 것들을 잽싸게 치웠다. 켜기만 하면 번쩍 거리기 시작하는 싱크대 위 형광등을 미리 켜두었다. 따로 할게 없어서 멍청하게 모니터만 보고 있는데 훌쩍 15분이 지났다.

왜 안오냐고 룸메한테 문자를 했더니 버스안에 갇힌 룸메에게서 기사의 번호를 문자로 찍어주었다. 통화를 했다. 담당자가 바뀌었단다. 바뀐 담당자에게 연락해 준다고 한다. 비가 와서 좀 늦는 모양이라고 금방 올거라고 한다. 그거야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이 정도 늦을거면 전화를 하기 전에 연락을 줬어야 하지 않나. 그러고 좀 있다가 담당자에게 연락받은 룸메에게 문자가 왔다. 금방 올거라고 했다. 금방 들이닥칠 것 같아 씻지도 못하고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8시가 다 되서야 집 앞이라고 나타났다. '금방'이라고 하는 말에 담긴 시간의 기준이 대체 뭘까.

죄송해요~ 너무 늦었죠. 하는데 별로 미안한 얼굴도 아니었다. 미안한 얼굴을 바란 것도 아니다. 수건을 건내줄려고 손에 들고 있었는데 이 분들은 굳이 불편하게 물티슈로 발을 닦았다. 쓰던 수건 아닌데, 더러운 수건도 아닌데 마음이 벌써 마음이 상했다. 그걸로 뭐라 할 말은 없다. 난데 없이 학생이냐고 묻는다. 다른 때라면 기분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이 아줌마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나 라는 생각에 분노에 차 올랐다. 직장인 인데요. 대답해 놓고 모니터에 켜둔 일드를 틀었다. 작업을 하면서 둘은 간간히 잡담을 했다.     

서비스 점검일이 한참이나 지났는데 하면서 둘이서 잡담은 하는데 나한테 물어보진 않는다. 그건 집에도 없는데(!) 약속도 없이(!) 무작정 집에 들이닥쳐서(!) 문열어 달라고 한 바람에 정기 점검일이 계속 미뤄지다 여태 연락 한번 없다가(!) 또 느닷없이 전화를 했기 때문이지!! 라고 화를 내야 마땅했는데 둘이서만 대화를 하길래 닥치고 있었다. 그 때 무작정 집에 왔던 그 당사자도 아니었고 괜히 화를 불러와야 좋을 것도 없었다. 어차피 금방 점검해 주고 나갈 사람들이었다.

이사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는데 약속시간까지 말도 없이 늦게 온 까닭에 그냥 모든게 다 귀찮아져서 아줌마들을 내보내고 나자 마자 씻으러 들어갔다. 본사에 전화해 알아보면 될 일이다. 날이 궂은 걸 감안하더라도 이 사람들의 태도는 명백히 잘못된 거다.    

자기 시간 귀한 줄 알면 남의 시간도 금같은 걸 알아야지. 그 사람들에겐 고작 몇 분이었던 것이 나에게는 한시간이나 늦어진 바람에 시간이 틀어졌다. 어디에도 내 금같은 시간을 보상 받을 길이 없이 분노만 가득 차올랐다. 정줄을 놓고 고기를 우걱우걱 처먹다가 2킬로가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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