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10727

오후3시 2011. 7. 27. 14:03

아부지가 오신댄다. 딸이 안 내려오니 보고 싶어 오신댄다.
뻥치지마 하고 일갈했더니, 다른 일이 있어서 그런다고 털어놓았다.
집에 내려간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난다. 적어도 반년은 훌쩍 지났다. 
한번 가긴 가야하는데 다음달에 이사도 가야하고 괜히 헛돈 나가는 것도 줄여야할 판에
무슨 호사를 누리겠다고 부산까지 내려가나. 게다가 휴가철이다. 
주말끼자면 기차표가 제대로 있을지나 모르겠다. 물론 한자리 쯤이야 어떻게든
역방향이라도 나기는 한다만. 물론 그런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해서는 아니고.
  
아들이고 딸이고 아부지 걱정이 안되냐고 투정이다.  
우리집 앞은 침수가 되어서 헬게이트가 열렸고,
한시간 일찍 퇴근을 하느니 마느니 하고 있는데 
무튼 요근래 아부지는 투정이 느셨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애교라고는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고
그렇다고 사근사근하기를 하나 전화를 자주하나.
무슨 재미로 딸을 키우는 지 모르겠고
나는 쭈욱 나 혼자 저절로 컸다 하고, 아부지도 마지못해 그래 너는 너 혼자 컸다고 했다.

어느 쪽도 좋은 말이 아니긴 하다. 
그리고 어느 쪽도 달갑지 않기도 하다. 

서울생활을 시작한지 3년 만이고
그 전에 광주에 2년인가 있을 때도 친척의 결혼식 때문에 겸사겸사 한번 보았었다.
이래저래 객지생활이 5년인데 딸 집에 한번 다니러 오겠다며
밑반찬 걱정하는 아부지도 참. 뭐라 입을 떼기 어렵다. 

요즘 풀만 먹느라 냉장고는 상추에 비타민에 양상추에 양배추에
채소값 높은 줄 모르는데 냉장고 가득 쟁여놓고 있고
버섯이랑 칵테일 새우랑 사장님이 주셨는데 아직 못먹고 있는 우족이랑
얼린 바나나랑 수박이랑. 
무튼 집에서보다야 훨씬 잘 처먹고 다녀서 살이 쪘다는 얘기도 하려고 했는데
관뒀다. 사무실에 듣는 귀가 너무 많았다. 원랜 사무실에서도 전화 잘 안받는데.
 
남들은 집 나오면 외로움에 사무친다는데 집순이는 집에서 혼자서도 잘 논다.
밖에서도 혼자 잘 노는 딸년이 아부지는 새삼, 얄미워지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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