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거짓말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요.
_넌 언제나 거짓말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오늘이라고 특별히 거짓말을 하려고 애쓰지는 마. 그냥 좀 역겨워서 그래.
_전체가 11명인데 그 중 6명이 미혼. 어제 회식자리에서 전무님은 급기야 결혼 경품을 걸자! 하고 본인은 양문형 냉장고 쾌척을 언급하셨는데 경품이라 함은 그걸로 인해 경품을 내건 사람에게도 이득이 있어야 한다는 사장님의 태클에 급격하게 상금(..)으로 변질. 1등은 삼백만원, 2등은 이백만원, 1등은 백만원. 사장님이 그 얘길 하시면서 아직 결혼안하고 마흔 다섯의 나이에 서른두살 된 연하남과 열애 중이신 자신의 처/제가 본인은 어떨른지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면 외로워 보인다는 말로 직언을 해주셨는데. 마흔 다섯에 서른두살 연하남과 결혼생각없이 연애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데!!! 하고 지껄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벌써 다섯번인지 여섯번인지를 사모님과의 결혼 풀스토리를 전해주시는데, 그거 요즘 여자들한테 하시면 진짜 강스파이크로 뺨 맞아요. 하지만 전무님은 배구선수 출신의 사모님의 강스파이크에 정신을 차리시고 결혼을 하셔서 슬하에 세자녀나 두셨다는 술 자리에서 무한 루프로 전해지는 전설적인 얘기. 그래도 매번 처음 들은 얘기처럼 신기해 하며 다시 듣고 있는 나는 대견스럽지. 암, 그렇고 말고.
_그 자리에서 또 눈치없이 전 결혼 생각없는데요. 할 수가 없어 입닥치고 있었다. 결혼이란게 현실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판타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했는데 이제까지 솔로 생활을 하던 것보다 더 불편하기만 하다면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 이해타산적인지 몰라도 결혼하면 이렇게 해야지~ 이것도 해봐야지~ 저렇게 살아야지~ 이런 것 없이 어떻게 그 삶이 평온하게 지속될 수가 있겠어. 이런 얘길 하면 몇 사람은 그런거 없이도 잘 살아, 하고 딱 잘라버리기도 했지만 너의 지금 결혼 생활은 어떠냐는 말에는 아무도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지. 결혼해서 행복한 순간보다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이 더 많겠지. 그걸 깨드리지 않고 이어가려면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에 대한 행복한 순간의 보상값이 커야 한다는 건데, 행복한 결혼에 대한 판타지 없이 무미건조하다면 그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타인의 동거생활 밖에 더 되나. 뭐 그건 그거대로 나쁠 것 같지 않지만.
_결혼 전에 법률사무소에서 이혼서류 담당을 하던 먼 친적은 결혼에 회의를 느껴 마흔을 바라보도록 혼자 였는데 느닷없이 왠 남자와 결혼을 해서 지랄같은 기집애들을 낳고 잘 살고 있다. 나는 그 먼 친척에 대해 동질감? 동료의식 같은 걸 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먼 친척이 결혼을 발표했는데 묘한 배신감 같은게 들었다. 사람맘이야 뭐 언제든 변할 수야 있지만. 이런 전제를 달아두면 대부분의 입가벼운 인간들은 안가는게 아니라 못가는거 아니야? 라고 개같은 농담을 했다. 그러면 언제나 술병으로 네 놈의 머리를 까고 싶었지. 그 전까지 내가 열심히 지껄인게 아까웠거든.
_아니 그 전에 남자가 없어요.
_남들이 졸라 외로워 보인다 그러는데 개뿔 하나도 안 외롭거든! 하고 오기부리는 것도 사실 웃긴 일인데 하나도 안 외로워보이는 인간들도 종종 외롭잖아. 그러니까 괜히 지랄말고 외로울 땐 외롭다고 하고, 외로워 보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해. 어쩔 수 없는 건 진짜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거지. 그걸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도 지치는 일이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어.
_니 손이 고자라면 기종따윈 상관없지. 병신앜. 아주 쿨한 리뷰.
_봄이 되니 카메라가 다시 사고 싶어졌는데 여러가지 경제적이고 환경적이고 국제적인 이유를 들이 있으니.... 시발 진짜로 사고 싶다. 그냥 똵!
_작년에 딱 이맘 때쯤 올림푸스펜 사고 싶어서 질질거리던 나는 어디에 갔을까.
_주말에 해야할 일들을 대충 적고 있는 중인데 이거 다 못할 거 같은데. 언제나 계획은 거창해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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