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10330 부메랑

오후3시 2011. 3. 30. 11:25


_부메랑.

_이건 부메랑이지. 그렇지. 실수를 하기는 했어요. 근데 실수를 했으면 거기서 끝났어야 하잖아. 그게 왜 2010년에 이어 2011년까지 오는 거나요. 이건 대체 무슨 경우나요. 지겹다 실수의 부메랑. 그러니까 애초에 실수를 안했어야 하지. 3일 동안 계속 우리가 서로 다른 말을 한걸 알고 있었나요. 그래도 결국 내 뜻이 관철된 것은 내가 애초에 설명을 잘못했거나 다른 뜻으로 들었거나 그랬겠지만. 아무튼 후련하다. 

_어제 토하도록 먹었는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프냐. 뱃속에 든 그지가 운다.

_망고는 언제나 옳아요. 하지만 빕스의 망고샐러드는 너무 차가워서 먹기가 힘들었어. 생크림도 진해서 찍어먹지도 않았어. 무스타입의 생크림이 가장 좋은데 그런 좋은걸 준비해 줄리가 없지. 50분이나 대기타고 들어가 30분 먹고 나오는 짓을 한 것 같은데 패밀리레스토랑을 갈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왜 이렇게 사람이 너절한거 같지. 그렇다고 쩔게 맛이 없는 것도 아닌데. 샐러드를 처묵처묵 하는건 좋은데 그저 풀떼기를 뜯자고 그런 거금을 내는 게 별로 탐탁치 않단 말이지. 풀떼기를 먹어보자고 개인적으로 시장을 보기 시작하면 그래 그 돈이 적지는 않은데 배가 찢어지게 먹고 나와도 늘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내가 촌스러워 그런지도 모르겠고.  

_그냥 내 입맛이 순대국이나 감자탕이나 콩나물 해장국이라서 그런지도 모르지. 생선구이 먹고 싶다. 고사리랑 졸인 무 들어간 갈치조림이랑 고등어 구이. 삼치구이. 꽁치구이. 내 입맛은 이렇게 저렴한데 먹지를 못해. 왜 장어 구이는 1인분에 팔지 않나.

_그제부터 GMP를 다시 듣고 있는데 이근철 쌤 홍범기씨 목소리랑 비슷하다. 특히 '연기'할 때ㅋㅋㅋㅋㅋㅋㅋ듣다보면 환장하겠음. 영어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도무지, 이건. 웃겨서 죽겠어. 

_오늘이 성적발표였군. 31일인 줄 알았어. 그래도 한번 더 볼까. 아 울고 싶어랑. 성적이 이따위 야. 그래도 공부한 보람은 있는지 문법과 독해는 이제까지 제일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총점은 변화가 없어. 청해는 쉬웠는데 제일 낮은 점수. 이쯤되면 진짜 그냥 내 머리가 나쁜 모양. 알면 뭐해. 답을 못 찾는데.

_내일이 벌써 말일이다. 시간 참 무섭게 간다. 

_눈에 아련아련하다. 내 앞에 노약자석은 텅 비어 있었다. 아주머니가 할머니를 부축해 와서 앉히면서 다음부턴 노약자석 있는리를 잘 보고 타시라고 훈계를 했다. 그건 자상함이나 배려따위 없는 '훈계'였다.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도 자리 찾아 준건 고마운데 다른 건 됐거든, 하는 얼굴로 이제 막 출발하기 시작한 지하철이 '사당행'이 맞냐고 재차 물었다. 예, 맞아요. 하고 대답만 하고 사라진 아주머니. 본인은 좋은 뜻으로 말한 것 같은데 상대가 이렇게 나오니 뒤끝없이 그냥 털고 다른 자리로 갔다. 그 후로 한 임산부가 삼성역에서 탔고, 몇마디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했지만 임산부는 귀찮은지 얼른 핸드백에서 이어폰을 꺼내는 시늉을 했다. 할머니도 더 이상 말을 걸지는 않았다. 잠깐 일 뿐이지만 지루한 시간 동안 잠깐 눈을 감았다가 두리번 거리기를 여러번, 이번에는 진짜 내려야할 역이었는데 다행히 내가 깨우기 전에 임산부가 할머니를 툭툭 건드려 깨웠다. 할머니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서둘러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 모습을 내내 지켜보는 동안에 나는 계속 마음 한 켠이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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