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10125 바쁘다

오후3시 2011. 1. 25. 09:02

_한시간이나 일찍 출근했지만 컴퓨터 켤 때부터 끌 때까지 일만했다. 그래도 정시퇴근이라니 우리회사 좋은 회사. 그래도 어쩐지 하루종일 일만하면 어딘가 속상한 기분이란 말이야. 성취감은 있는데. 5분도 놀지를 못하다니. 그래도 커피는 틈틈히 마셨지만. 이럴 때 담배를 피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횡단보도에서 담배 피우는 것도 걸어다니면서 담배피우는 것도 질색을 하며 싫어하는 나지만은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하면서 놀고 있는 저 머저리들을 보면 담배라도 태우고 싶어지지. 젠장. 아이고 머리야. 

_보건휴가. 당당하게 얻고 싶었지만 사장님은 점심식사 하러 가셔서 오지를 않으시고, 어쩐지 남자 뿐인 사무실에서는 멀쩡해 보이는데 아프다고 말하는게 왜 이렇게 염치가 없고. 나는 허리를 곧추세우며 허리통증을 잊어보려 했다. 일도 많은데 이런 날에 아프기 까지하면 진짜 짜증이 난다. 진짜! 왜! 내 몸둥아리는 이럴 때 아프냔 말이다아아! 사실 우리 회사에 보건휴가 같은게 있을리가 없지만. 그래도 다행히 그렇게 박정하지는 않다. 내가 일을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가는 일도 없고, 그러니 너그러워지는거다. 당장 자신한테 돌아오는 피해는 없으니까. 어쨋건 호사스러운 보건휴가는 다 뭐냐. 나는 어른이니까 그냥 참았다. 참다보면 참을만하다. 자꾸 참으면 그냥 참을만해 진다. 세상 일이 다 그렇다.  

_부가세 신고. 망할 홈택스가 나에게 또 똥을 줬다. 서브컴이 며칠 부팅이 안되서 안쓰는대로 그냥 모른척 하고 있었는데 신고서 전송을 하려고보니 이 자식이 전송프로그램을 다운받기만 하면 멈추는거다. 대단히 큰 무게도 아니고, 다운 받다가 멈춘다. 자료실에 같은 파일을 찾아서 설치도 완료했는데 그 화면에 돌아오면 그런거 뭐야, 난 모른다로 일관하며 다시 다운로드 -> 화면멈춤의 무한 반복. 재부팅 세번. 정확히 8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그러고 있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서브컴이 켜지는 바람에 그 쪽으로 신고 완료. 사실 서브컴이 말썽을 부리지 않았다면 아침부터 홈택스와 씨름할 일은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거다. 홈택스 시발 제발 엑티브엑스랑 이별할 수 없냐. 제발. 제에발. 그게 최선이야? 정말입니까? 예쁘게 보이기만 하면 속 알맹이야 어찌됐건 상관없는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126번 상담원이 너무 친절해서 아, 나는 또 뭐라고도 못하고 웃으면서 헤헤 웃으면서 그럼 어쩔 수 없지요 하고 끊었다. 노력했는데 안되면 그런거다. 얼굴을 붉혀봐야 비싼밥으로 채운 에너지만 고갈되는거다. 어찌됐건 저 쓸데없는 보안엑티브엑스며 표준화한것 처럼 말했지만 크롬이나 다른 브라우저들로 켜기만 하면 메롱메롱하는 저 꼬라지를 보면 쓸데없이 빡치기도. 우리나라를 누가 IT강국이라 하는가. 기업홈페이지 웹표준화 의무가 올해부터 예정이었나. 그 예산은 거의 없어지다 시피 했다는데 어찌될까 모르겠다.  

_사당에 생긴 가츠라에 갔다. 12월 중순인가? 생겼는데 1월 첫 주말에 갔더니 문이 안열려 있고 ㅋㅋ 룸메와 나는 올해 첫주말에 아웃백에 갔더랬지. 드디어 간거긴한데 점심메뉴라서 그런가 오야꼬동이 없어. 밥 있는게 없어. 오니기리는 팔지만. 돈까스 정식도 없어. 그래서 미소라멘을 시켰는데 읭? 하는 허술한 모양새치고 맛있다. 도리어 읭?한 모양 때문에 떨어졌던 기대가 다시 솟구쳐 오르는 것처럼 맛있다. 룸메가 시킨 야키소바도 맛있었다. 그런데 이 쪽도 데코레이션이 읭?한 상태라서. 오니기리도 맛은 있었는데. 역시 모양이 꽝. 모양으로 밥먹는건 아니지만 맛깔나게 '보여야' 그 맛도 배가 되는 법이 아니었나. 확실히 저녁메뉴는 밥집보다 술집이라는 느낌이지만. 종각 가츠라는 모양새도 맛도 직원의 친절도까지 플러스다. 좋은 위치에 있으면서 가게가 조금 좁은 듯 한 것이 유일한 단점이랄까. 그게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튼 모양새만 어떻게 잘 가다듬는다면 괜찮겠다. 맛있는 집이 생겨서 다행이다.  

_하루살이. 아, 미미여사님. 좋아합니다. 사..사.. 사랑해요.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3페이지 넘기면 한두번은 쿡쿡 웃었던 것 같다. 장면 바뀔 때마다 이게 추리소설인가 식도락여행인가, 나는 왜 이렇게 먹을 것을 밝히는가 좀 창피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나오는걸! 먹을게 나오는 걸! 먹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거 아니냐고. 아아, 선생님 이 책은 뭔가요. 요리 에세이를 내실 기센데. 하루살이에 나오는 음식들만 목차에 넣어도 책 한권이 나올 기세입니다요. 아무튼 추리부분은 약하긴 하지만 확실히, 미미여사님의 캐릭터들은 사랑스럽다. 혼조 후카카와가 주인공이 아니냐는 번역자님의 역자후기도 크게 공감한다. 멋진 후기라는 북스피어 사장님 말이 헛은 아니었고 아무튼 부담없이 빠르게는 읽었다.  

_그나저나 나 탈자 찾았음. 우헤. 하루살이 하권. 230쪽. 마지막 줄. 앞서 가는 고헤이지.  

_계속 바빠서 끝내야 할 일을 다 못했는데 막상 시간이 닥치니, 몰아쳐서 하게 되더라. 일 미뤄놓는거 좋아하지 않는데 천성이 게으르다고 해야할까 미룰 수 있을 때까지는 그래도 미루고 싶은게 마음이라, 좀처럼 바쁜 틈에 움직여 지지 않는데 몰아쳐서 하면 또 하게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해야 하는데. 

_엄마, 나 양갱먹고 싶어요. 김이 포슬포슬 나는 밤밥도 먹고 싶어요. 고구마밥도 좋아하는거 알잖아? 그렇잖아? 약밥이라도 좋아. 흑. 밥먹고 싶다. 밥 먹고 싶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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