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10110 지각

오후3시 2011. 1. 10. 10:40

_지각했다. 미치겠다. 이 정신나간 기집애야.

_아이유는 왜 나를 깨워주지 않았는가, 원망을 해보지만 기억을 더듬으니 내가 그냥 알람을 꺼버린 것 같다. 평소엔 알람을 꺼도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알람이 안울려도 위화감 때문에 일어나곤 했는데 오늘은 대 실패. 눈 떠보니 8시 30분이었다. 

_8시 3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해서 느긋하게 컵스프를 전자렌지에 돌리고 있을 시간인데 그 시간에 눈을 떴다. 미치겠네, 하고 후다닥 옷을 쳐 입고 나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하철을 하나 그냥 보내고, 두번째에 타고보니 이게 또 계속 간격 조정한다며 지연이라, 선릉에 도착했는데 9시. 잠실까지 10분은 걸릴 것 같고,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8분 정도 걸리니까, 일단 회사로 전화를 했는데 김대리가 받았음. 지각한 주제에 월요일 아침부터 김대리 목소리를 들으니까 확 짜증이 나서 "지금 선릉지났어요" 하고 끊었다. 아, 이 버르장머리 없는 기집애. 언제 어른이 될려고 이러니. 어쨌든 사무실에 들어온게 9시 20분. 

_돈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 "내일 넣어도 상관없지?" 라는 말이 쉬운 거. 상관이 없기야 한데, 기분이 그게 아니잖아요. 오늘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안 들어오면 사람이 기분이 나쁘죠. 아, 또 표정이 굳고 말았어. 애도 아니고 참. 포커페이스 연습은 어떻게 하지. 괴로울 수록 생글생글 웃으면 되나. 그건 그냥 미친 애지.

_밥 먹고 우체국에 가서 순서 기다리며 멀뚱히 앉아 있는데 눈 앞에 있는 보험? 적금 광고가 만기까지 살아 있으면 5년마다 돈을 삼십만원? 더 준다나. 뭐래나 그걸 보고 앉아 있으니 왠지 나에게 그런 미래가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이 엄습했다. 그런 미래가 어떤 미래인지 모르겠지만 뭘 하고 있더라도 그냥 그 나이까지 살아 있다는 실감이 안나. 지금의 나도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모르겠는데, 몇 십년이나 후일을 어떻게 생각하지.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일단 그렇게 오래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의지? 집착?이 없는 걸 보니 아직 젊어서 그런건가. 

_ 타나토스의 쌍둥이 1917. 1912를 먼저 들은 줄 알고 1917을 아이폰에 넣었는데 망할, 내가 들은게 1917이었다. 아아, 인간아. 아무튼 러시아니 귀족이니, 전쟁이니, 복수니 증오니 하는 얘기가 막 나오는데, 괜찮은 느낌이예요. 1912부터 찬찬히 잘 들으면 좀 더, 괜찮을지도. 이상하게 노지켄이랑 나오는 모리모리는 본인같지 않고 캐릭터 같은 느낌이 살아. 일단 1912부터 다시 들어야지. 

_왕자님(웃음)시리즈 01. 아.... 아.... 이건 명작개그씨디. 아상 때문에 들었는데 나카이 카즈야때문에 빵. 2번 트랙이 가장 개그호흡이 뛰어난데, 그 이유는 프리토크에 나온다. 아상,스즈랑 같은 날 녹음하고 두분은 다른 날 녹음을 한 것. 후시 녹음보다, 당연히 리얼 타임으로 말을 주고 받은게 개그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거지. 2번트랙은 나카이 카즈야 때문도 그렇고, 본편 내용 자체도 그렇고(아 백설공주를ㅋㅋㅋㅋㅋ이 따위롴ㅋㅋㅋㅋ) 일곱난장이 역을 아상과 스즈가 나눠서 하는데 완전 노리노리. 야루키만만. 이 아저씨들 대사를 즐기고 있다, 라는 생각밖에 안들고 나카이 카즈야?던가 타케모토 에이지던가 스텝한테 두 분이 완전 즐거워하며 녹음하고 갔다는 후기를 전해 들었다고 하는데, 확실히 목소리에서도 신남이 여지없이 드러남. 3번 트랙의 라푼첼은 보이스 컬러시리즈의 곰인형 목소리와 비슷해서(..) 매력적이 쩝니다. 들으면서 나도모르게 누이구루미가 말을 해~~ 라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 아, 이런 병시나... 

_넷북사겠다는 사람이 목,금요일에 연락한대서 근 6개월(..)만에 넷북을 켜서 틈틈히 숨어 있는 동영상이랑 파일들을 모조리 지우다보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망할 어도비. 그렇게 지워지지도 않고. 사진만 어떻게 백업하면 되겠는데 외장하드에 백업을 했는지 회사컴에 백업을 해놓은건지 모르겠다. 용량이 커서 다 지워버리고 싶기도 하고, 그냥 지웠다간 나중에 울 것 같기도 하고. 우야둥둥 잘 보냈으면 좋겠다. 머리 아프니까. 좋은데 가서 이쁨 받아 잘 살아라, 이 기집애야. (왜인지 모르겠지만 여성화) 아무튼, 철야하고 쓰러져 잠든 강진이 배경화면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기본 화면으로 바꿔놨더니 어쩐지 서운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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