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10103 서른

오후3시 2011. 1. 3. 11:43

_서른이 되었습니다. 축하축하. 앞에 붙은 2를 떼고 나니 이렇게 속이 후련할 수가 없고, 아 이런 미친 너무 좋아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어야 할 것 같지만 나이 앞에 3을 달자마자 미친자가 될 수는 없으니 그런 무리수는 내버리고, 아 기다리 고 기다리던 서른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자 나이 꺽이고 꺽인데다, 비루할대로 비루하지만은 아, 나는 울지 않아요. 이천번 넘어지고 이제서야 겨우 두 발로 선 느낌입니다. 아, 내가 두 발로 서 있다니!! 두 발로 서다니!! 이제 앞으로 잘 걸어야지요. 실컷 넘어졌으나, 또 넘어지겠지만. 무릎까져도 울지는 않을 수 있어요. 약 바르면 다 나아. 그럼, 그럼 세상일이 다 그렇지요. 

_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은게 영 마음이 구리긴 하지만은 어쩌랴, 이렇게 생겨먹은 마음인 것을. 

_김연수 에세이, 어쩌고 나부랭이들은 이제부터 패스하기로. '청춘의 문장들'이 참, 너무 안 읽혀서 중간쯤 읽다가 말았는데 '우리가 보낸 순간' 시, 소설 편은 또 엄청 사고 싶었더랬지. 그래도 일단 장바구니에 넣은 책들이 팔만원을 넘어가서 간당간당 하길래 참고 위시리스트에 미뤄놓고 반디에 가서 대충 훑어봤는데 안 사길 잘 한 듯. 레이아웃도 구성도 참, 별로다 싶은게 왜 이런걸 내구 앉았냐. 그나저나 장바구니에 넣어서 기어이 사고 만 7번 국도는 OST붙은 걸 받았지만 아직 비닐도 뜯지 않고 책더미들 사이에 존재감없이 짜부라져있고, 뭐 생각이 나면 언젠가 꺼내서 읽기는 하겠지요.  

_그런 김에 세계 끝 여자친구를 다시 한번 읽어야 겠다. 

_올해는 책을 좀 많이 읽도록 하구요. 일단 도서관부터 뚫어놔야 겠는데 아, 어딜가면 좋을까. 번듯한 도서관 하나 없는 비루한 동작구 같으니라고. 읽고 싶은 책은 쌓여 있는데 최근에 사다 쟁여놓은 책들이 비루한 나에게 더 비루함을 날려서 저걸 확 팔아버릴 수도 없고, 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앉았는데 이 노무 활자들이 아오, 진짜. 무슨 책을 이따위로 썼지 하면서도 막상 하얀 페이지를 보면 나는 또 멍해져서 아, 까만게 글자구나 하고 있으니까 남탓하면 안되는데 내가 혹해서 그만, 그 책을 사고 말았지. 뭐에 혹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남들이 사니까 따라사서 그런지도 몰라. 첫페이지를 몇 번이나 읽고서 마음에 들었는데 이거 인터넷에서 사면 좀 더 싸니까, 하고 집에 돌아와 알라딘 장바구니에 한가득 담고 나면 또 한꺼번에 결제할거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고 5만원을 넘겨 마일리지 이천원을 더 받아야 하고, 무이자도 생각해야 하고, 카드 결제일도 대충 따져봐가며 적립금도 끌어모으고 쿠폰도 일찌감치 쟁여놓고 그래야 결제로 고고씽하는거니까. 또 막상 사려고 보면 '이거 굳이 안 사서 읽어도 되잖아 싶은건 몇 권 빼고'. 남이 쓴 리뷰는 읽어보면 좋은데 그만큼 선입견이라는게 생기고 말아서 '목요 조곡'도 괜히 남이 쓴 리뷰를 읽고 스스로 스포를 당하면서 맥이 빠지는 바람에 지금 또 놓아버린 상태의 지속. 

_'우리 이웃의 범죄'를 발매 전에 예약해서 산거 같은데, 너무 좋아하는 미미여사님꺼라 더 손이 안간다. 미미여사님의 글솜씨야 이미 넘사벽인데, 그런데도 왠지 짜증이 솟구칠까봐 못보고 있다. 모방범도 낙원도. 와중에 화차는 할인 하길래 또 샀다, 괴이는 12월 특가가 끝났는데 2막 중에 달랑 하나 빠진거라, 이걸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얼간이 후편이 나오면 또 같이 묶어서 사야지. 얼른 책을 내주세요. 쟁여놓고 나중에 읽어도 좋으니. 후우. 그러고보면 외딴집이며 메롱이며, 얼간이도 한 1년은 책장에 묵혔다가 2주에 걸쳐 다 읽은거 같다. 마음을 한번 먹으면 술술 읽는것도 시간 문제.

_그 마음 한번 먹기가 이렇게 힘들지. 

_2010년에는 그래도 연초에 계획이란건 세우고 살았는데, 멍때리다 보니 3일이 훌쩍, 와 있어서 또 넋을 놓고 있다. 어디다 적어놓기라도 해야 할텐데. 



'날적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0104 성적표  (0) 2011.01.04
101221 고구마  (0) 2010.12.22
101220 빨래방과 목요조곡  (0) 201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