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01220 빨래방과 목요조곡

오후3시 2010. 12. 21. 10:46

_집 근처에 24시간 코인 빨래방이 생겼다. 룸메랑 지난번엔 풀코스 (빨래+건조)를 이용했는데 이번엔 수건 뿐이라 집에서 빨래하고 속옷등은 건조대에 널고 수건만 챙겨 건조기에 돌리려고 그 짐을 끌고 왔는데, 삼십분이나 혼자 멀뚱하게 재미없는 티브이를 보느니 책이라도 읽어야 겠다싶어서 사다놓고 여즉 첫페이지도 열지않은 '목요조곡'을 챙겨갔다. 목요조곡, 산 것도 까맣게 잊고 알라딘 장바구니에 또 넣을 뻔 했던 그 책. 

_세탁기는 돌아가고, 이어폰에는 퇴근 길에 듣던 뉴에이지 장르가 랜덤으로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주인 아저씨는 주황색 수건을 세탁기 전부에 돌리면서 정신이 없고 와중에 티브이도 보시고, 암튼 내가 책을 읽는 건지 활자를 읽는건지 모를 환경에서도 꿋꿋이 삼십분을 읽고 나왔는데 '글로 밥벌어 먹고 사는 네 명의 여자 작가가 나왔고, 1년에 한번 모이는 술모임에, 죽은 여작가가 쓴 유작 소설의 주인공으로부터 배달 된 불길한 꽃다발 카사블랑카' 까지 읽었는데 이 부분은 다 읽고 한번 더 읽어야 할 듯 시점이 여러번 바뀌어서 아, 지금 누가 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 의 연속이다. 책은 확실히 조용한데서 읽어야 집중이 잘 되는데. 다음엔 그냥 만화책을 가져와야지.

_삼십분이 지나자 보송보송 마른 수건이 나왔다. 건조 30분에 삼천원이다. 세탁하는건 삼천오백원이었나 사천오백원이었나. 차피 가까운 거리니 속옷도 따로 빨아야 하고 속옷이랑 양말을 다 넣어도 물높이가 최저인데 한꺼번에 빨고 건조만 하는게 이득. 보송보송. 이렇게 바짝 마른 수건을 보는게 얼마만이냐. 흑흑. 여름엔 그냥저냥 방안에서 말려도 괜찮은데 겨울엔 춥다. 바깥이 추워서가 아니라 방안에 수건을 말리자고 보일러를 틀어놓는 비극적인 상황. 그래도 수건이 다 마를 동안 얼굴이 추우니까. 보일러를 틀어도 방안이 훈훈해 지는게 아니라 바닥만 끓다가 마는 원룸이라. 슬프다.    

_지금 지마켓에서 12월 특가로 시리즈물을 싸게 내놓고 있는데 '모방범'이랑 '낙원'이 너무 사고 싶다. 미미여사 2막에서 딱 한권 빠진 '괴이'도 삼천구백원에 무료배송이고, 좀 더 여유가 되면 히가시노 게이고 책들도 좀 더 쓸어담고 싶지만 이미 책꽂이 한계를 넘어서 벽에다 쌓아놓은 책들 때문에 룸메의 눈총을 받고 있는고로.... 거기다 이달 생활비를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이고, 아아 아무리 그래도 책사고 싶으니까 그냥 안 읽는 책들은 본가로 모조리 보내놓을까. 엉엉. 책읽고 싶다. 왕창. 요즘엔 장르소설말고 인문학서 들을 좀 읽고 싶은데 가까운 데 도서관이 없다. 그렇다고 한번 읽고 말 인문학서를 돈주고 사긴 아깝고, 중고서적이라도 사볼까 하는데 있는 책도 많은데 또 늘리면 그 걸 또 어디다 놔. 읽고 싶다. 텍스트가 부족하다. 카페인이 부족할 때 만큼 간절하다. 우걱우걱 먹어야지.  

_고구마를 구워먹으려고 롯데마트에 갔는데 고구마들이 다들 시망똥망이라 못사왔다. 여긴 늘 이래. 다음엔 가지말아야지. 크기만 크고, 실속있는 상품이 없다. 

_고구마 먹고 싶다. 직화냄비에 잘 구워진 노오란 밤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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