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토요일 회사 워크샵으로 남한산성을 짧은 코스로 돌다 왔기 때문에 그렇게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날씨가 흐린 관계로 근처에 자건거 대여소나 확인할 참으로 이수에서 버스를 타고 동작대교 하늘공원에서 내렸다. 이수교 앞보다 그 쪽이 동작역하고 가까울 것 같았는데 내리고 보니 대교 한복판, 어쩔 줄 모르고 아래로 내려왔더니 다리 밑에 동작역 1번 출구가 보인다.
아이폰을 가지고도 다산콜센터에 전화해서 동작역 근처에 자전거 대여소를 물었다. (이번 달부터 데이터 정액은 100M가 되었고 보너스로 받은 500M 마냥 쓰다가는 안될 것 같아서 열심히 자제 중) 인터넷으로 찾았는데 어디에는 검색결과가 나오고, 어디에는 안나왔다가 해서 안되면 노들역 근처에라도 가볼 요량으로 연락했더니 나 대신 한강반포지구 직원과 통화해주신 120 누나는 동작에서 한강을 보고 15분 걸으면 자전거 대여소가 나올거라고 했다. 한강을 보고 걸으라 했는데 나는 이미 아파트 산책로를 따라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고, 그래도 일단 한강변일 듯한 지역을 어름잡아 걷기 시작했더니 구반포역이 나오고, 이정표를 따라 아파트 사이를 터벅터벅 걷다보니 수상한 지하도로가 나와 머리를 쑥 내밀고 봤더니 한강으로 통하는 길이었다. 집에 올 때 보니 구 반포역을 만나고 그대로 직행했어도 바로 자전거 대여소가 나올 뻔해서 난 좀 허망했다.
_어찌됐건 자전거 대여소는 찾았고 삼천원에 빌린 자전거를 타고 쌔앵~ 달려보려 했지만 두 발을 바닥에서 떼는 데만 한 40분은 걸린 것 같다. 그제서야 내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생각났는데, 나는 운동신경도 반사신경도 없는데다 체력장을 모두 기본점수로 점철하던 무시무시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맹새코 나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도 않았고, 지금만큼 몸이 무겁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무턱대고 달리다가 나뒹굴어서 1m도 안되는 꼬꼬마들과 초글링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싶지 않았지만 페달을 발에서 떼지못해 쩔쩔매고 있는 지들과 평균 20살은 차이나는 나에게 이미 비웃음을 넘어선 불쌍한 시선이 간혹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는 꿋꿋했다.
_떠올려보니 내가 자전거를 탈줄 안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마지막이 중학생 즈음이어서, 벌써 십년을 훌쩍 넘었다. 이 즈음에서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여의도 광장을 날쌔게 돌아다니던 기억은 나는데 좀처럼 마음과 몸이 함께 움직이질 않았다. 혼자 40분이나 끙끙대고 있었더니 보다 못한 할아버지가 넘어질 것 같으면 브레이크를 잡으라고 친히 알려주셨다. 그렇게 절절매고 있으니 이 냔이 브레이크 조차 잡을 줄 모르는 애라고 생각했겠지만, 마음만 들떠서 그런 중요한 건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꼬꼬마 손자는 벌써 몇바퀴 째 지루하게 화단을 돌고 있고, 할머니의 "우리 손자 잘한다!" 라는 추임새나 거기에 신이나서 꼬꼬마는 "할머니 나 잘하지!?"라고 으스대던 모습에 괜히 오기가 발동했다. 죽어도 해 보이겠다, 했지만 꼬꼬마가 다른데로 자릴 옮기는 동안에도 나는 화단에서 꺽어지질 못하고 비틀어 넘어지기를 연발.
_그러다가 결국 내내 듣고 있던 클래식 음악을 바꿔 인디 장르로 소트해 놓고 루시드 폴의 음악이 나왔는데 단번에 성공하고 말았다. 으악!!!!!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달리면 기분은 좋았다. 얼마 못가 넘어지긴 해도. 그 기세에 자전거로로 진입했는데 뒤에서 쌩생 지나오는 사람들에 내가 더 놀라 움찔하는 바람에 결국 넓은 공터에서 혼자 빙글빙글 돌기를 수십번. 자전거 타기에만 완전 집중하고 있었더니 주변에 사물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사람도 꼬꼬마도, 자전거 잘 탄다고 내 앞에서 묘기 부리다가 일직선으로 가는 것 조차 어려운 내 앞을 가로막아 분노를 폭발하게 만든 그 새끼도. 토이카메라에 남은 필름을 모조리 쓰고 돌아왔다. 추가요금을 내는데 자전거 대여소 아저씨는 그 근처에서 내내 삽질하던 내 모습을 보고 계셨는지 비웃음인지 측은함인지 안타까움인지 묘한 웃음을 흘리셨는데 암튼 영광까지는 아니고, 오른손 엄지손가락 등에 이센티 정도의 물집이 잡혔다.
_오늘 점심으로 나가사키 짬뽕을 먹으면서 회사 막내한테 자전거 탈 줄 아냐고 물었더니, 자전거 못타는 사람도 있냐고 되물어서 나는 괜히 말꺼내고 괜히 상처받았다. 못탈 수도 있지, 시발!
_어제 저녁엔 동네 팥칼국수를 먹었는데 이상하게 엄마가 옛날에 해주던 어설픈 맛이랑 비슷해서 설탕도 안뿌리고 배고프지도 않은데 아구아구 먹었다. 또 먹으러 가야지.
_오늘은 필름스캔을 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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