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00530 주말산행

오후3시 2010. 5. 31. 16:26

 _과천 정부청사에서 연주대까지 올라가는 길이 40분 정도 걸린다는 사장님의 말을 참 순진하게도 철썩같이 믿고, 컨버스에 반바지를 처입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늦은 오후 1시에 집을나섰다. 집근처 '김천'에서 김밥 두줄을 사들고, 가방에 우겨넣고는. 김밥은 샀는데 생수는 안사는 우를 범하고 말았지만, 과천이 그렇게 시골 촌구석도 아닌데 편의점은 하나 있겠지. 하다못해 관악산 입구에 생수파는 노점판 하나라도 없으랴, 하고 갔지만 정말로... 정말로, 이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과천에서 관악산 입구로 올라가는 길에 그게 마지막 편의점인 줄 모르고, 물을 안샀는데 대망(大亡). 물도 없이 올라가는데 이건 40분이 아니라 한시간을 올라가도 어랏? 어라라? 이상타? 뭔가 이상타? 죽을둥 살둥 올라왔더니 그래도 약수터를 발견해서 물을 드링킹하고, 이정표를 잘못 본 줄도 모르고 "야, 이제 15분 남았어"를 연발하며 이미 지쳐있는 룸메를 채근했다. 15분은 연주암에서 연주대 가는 길이 걸리는 시간인데, 우린 연주암 문턱에도 아직 가지 못했고, 두번째 약수터를 지날 즈음에야 이것이 뭔가 잘못됐다는걸 알아챘다.(!) 

 _쉬운 길이라 올라가는 사람은 당췌 보이질 않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산행한 사람들만 무리지어 내려오는데, 무리가 아니라 혼자인 것 같은 아저씨에게 연주암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자, 우리 둘을 스윽- 보더니. 이제 반 왔다고 한다. 하아? 죽을 듯이 올라왔는데 이제 반이라니? 사장님은 40분 걸린다 했는데 이제 반이라니? 읭?을 하고 일단 가는데 까지 올라가 보기로 하는데 물은 없고, 그래도 간간히 약수터가 있어 목은 축이고 올라가다, 이제 정말 한계다 하고 퍼져있다 아주머니 무리에게 다시 물으니, 아직 더 올라가야 한단다. 이제 다시 제대로 본 이정표는 그렇지 않은데? 신발도 얇은 거 신고 올라와서 힘들겠다 하는 오지랖 무리 아주머니들이 내려가고, 다시 한번 기운차게 올라가 보기로 한다. 기어이, 욱욱 거리며 올라왔더니 10여분만에 연주암 근처에 다다랐고, 아저씨도 아주머니들도 참, 어쩌면 그러냐 싶게, 연주암에 도착하고 말았다. 산에 다니는 사람은 거짓말 안한다 했는데(대체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거짓말이 아니라 우리의 행색을 보니 도저히 끝까지 못 올라 갈 것 같아서 그렇게 겁을 준건지, (아니 근데 곧 엎어지면 서른줄에 들어설 기집애들 겁줘서 뭘 어쩌려고-) 아무튼 연주암엔 도착했고, 꿀맛같은 2% 부족할 때를 드링킹 하고 서늘한 그늘에 주저 앉아 사온 김밥을 까묵었다. 

_룸메는 연주암에서 포기하고, 나는 15분 걸린다는 연주대에 도전. 미친 계단의 연속에 쌍욕이 저절로 나왔지만 거침없이 기어올라갔다. 나는 캔버스화였지만 괜찮았다. 나 운동화로 삼악산을 오른여자다. 이깟 15분. 하고 올라왔더니 포토존의 위엄에 덜덜. 연주대에서 인증샷 한번 박아주고 내려오니 왕복 20분. 

_올라갈 때와는 다르게 술술 내려오는 편한 길을 발바닥에 통증을 호소하며 내려오니 한시간여 정도 된것 같다.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틈에 내려가 얼음장 같은 물에 발을 담그는데 발이 시렵다. 미치게 더운 여름 날씨도 아니고, 선선하게 바람이 불기 시작한 늦은 오후라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또 거기서 한참을 놀다 내려와서 이번엔 과천역으로 고고씽. 과천역으로 와도 관악산 입구는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데, 그 곳에는 alt+V를 한 것 같은 위엄있는 기둥들이 늘어서서 두려움에 떨게한다. 

_그리고 집근처로 와서 삼겹살을 처묵처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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