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30609

오후3시 2013. 6. 9. 23:21


_주말일기

_냉동실에 팥빙수를 잔뜩 쟁여놓았으므로 아주 만족한다, 라고 쓰고 싶은데 벌써 두개 먹었어. 으허허어허헝허허헝. 막 열개씩 쟁여 놓고 싶은데 잉여롭게 보일까봐 그러지는 못하고. 한번은 슈퍼에서 한번은 편의점에서 산다. 슈퍼나 편의점이나 가격은 똑같은게 그나마 위안. 빙수떡이 10개보다 많이 들은 게 나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고. 그보다 빨리 펭.귄. 빙수기 사고 싶은데. 엉엉. 너는 어디있는 거니. 그냥 뽀로로를 살까.  

_미워할 마음이 들면 끝까지 미워하던가. 마음을 곱게써야지 하고 다 잡아 보다가 그것도 그리 맘 먹은 순간 뿐이다. 미운 걸 어쩌라고. 이제와 어째야 좋을 지 모르겠다. 왜 여즉 그걸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고. 빠순이한테 입은 상처는 다른 빠순이로 치료가 안돼요. 오빠한테 받은 상처는 오빠를 갈아타면 그만인데. 내가 여즉 이러고 있다는 것도 웃기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내가 그 때 왜 그랬을까. 싸한 느낌이 들 때마다, 몸이 마음이 이건 아니라고 몇 번이나 경고를 주고 있었는데도 멈추질 못하고 내가 왜 그랬을까, 만 반복해서 떠올리고 있고. 그렇다고 현재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과거에만 얽매여서. 어우우. 내가 왜 이러지 싶다가도 문득, 내가 모지리라 그렇지, 그런 생각이 들고, 미운 걸 밉다고 하는데도 나는 왜 죄책감에 시달려. 진짜 머저리가 따로없네. 그 모든게 다 너무 수치스럽다. 일일이 말하자면 입이 아프고 손가락으로도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내가 왜 그랬을까. 진짜.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넘어가면 그만인데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생겨도 내가 이러지 않을거란 보장이 어딨냐.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고 아주 지구 멘탈을 뚫고 들어갈 기세여. 그래 이걸 지랄을 한다고 하는 거지. 나참. 떨쳐버려야 할 것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내가 미련하게.  

_읽을 책을 잔뜩 쌓아두고 아직 다 못 읽은게 함정이지만, 한 권은 끝냈으니 두 권도 끝낼 수 있어. 세권도 할 수 있을 거야. 힘내. 아직 책이 많이 있으니까. 그리고 사야할 책들이 또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다. 그래도 아직 읽어치워야 할 책들이 수북한게 얼마나 행복인지. 읽을 거 많아서 좋은데 또 좋은 것만 반복해서 읽고 있다. 허허. 그것만은 정말 행복한 일. 그러니까 습기야 내 책들 우그러뜨리지 마. 속상하니까. 

_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하니까 좀 무섭긴 한데. 이사 준비는 어떻게 하지. 얼떨떨. 로드뷰로만 보는 그 동네는 낮에도 좀 스산하고 무서워서 방값보단 내 안위가 더 중요한데, 줄곧 편한데 있다가 안 그런데 갈려고 하니까 마음이 착찹하고 그렇다. 그렇다고 지금 집에 엄청 정이 들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야. (사실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아). 

_마지막 화 하나를 남겨두고 있던 파트너11을 끝냈고, 확증 경시청 3과와 가족게임을 각각 8화까지 보았다. 리뷰는 쓸지 안쓸지 모르지만, 재밌네. 

_계획된 일이 어긋나기 시작하니까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끝낼 수가 없다...는 지독한 자기변명. 어우우. 뚫린 입이라고 변명은 주구장창 잘도 하지. 못나가지구.   

_정신을 차리고 단단히 정줄 붙들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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