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30515

오후3시 2013. 5. 15. 10:41


_ㅅㅅ의 날. 이라고 초성으로 쓰니까 이상하잖아....-_-

_어쨌든 기념으로 쓰려던 글을 마무리 못한 채로 이 날을 맞이하였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퇴근하자마자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로 뻗어서 형광등이 켜진 아래서 눈을 떴고요. 그나마 다행인건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뜬다는 거. 이틀이나 연속 여섯시 넘어서 일어났다. 그래도 꿋꿋하게 모닝콜 네번이 다 울리기 전까진 몸둥아리를 일으키지 않았어. 허허. 

_주말을 알차게 드시고, 저녁도 알차게 드시니, 몸무게가 제자릴 유지할 턱이 없잖아요. 지난 2주를 고스란히 주말에 해치운 칼로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썼더니 이젠 뭐 어찌되든 말든 그런 생각만 들고 있는데 그러면 안되는 게 맞는데. 미치것네 정말. 날이 더워지니 운동하기에는 더 빡세고 그렇죠. 뭐 물론 날씨와 게으름은 그리 큰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핑계지 뭐.

_그냥 그런 날이니까 한번 썰을 풀어보자면, 국민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 감사해요. 생각이 많은 저한테 시쓰라고 알려주셔서. 선생님은 사실 운문부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았을테고, 아무것도 안한다는 의욕없는 반 아이들을 모아다가 난 치는 법도 알려주시고, 시도 쓰라고 하시고, 그리고 중학교를 멀리멀리 보내셨죠. 멀리 멀리 아주 멀리 우주 멀리. 그리고 거길 고작 반년 다니고 말았습니다. 잘된 일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선생님 책상 청소 담당이었던 저는 겨울만 되면 호박차를 드시던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_그리고 그 모든 일이 다 지나고 보니 제 첫사랑이었던 것만 같은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 제가 여즉도 선생님 같은 캐릭터를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걸 보면 확실히 저의 취향이셨네요(....)  

_진짜로 진짜, 정말 좋아했어요.

_딸가진 유부남 애아빠 선생님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어쨋건간에 저는 그랬습니다요. 네. 운동장 조회시간에 주임선생님이랑 멀리 떨어져서 뒷줄에서 딴 짓하는 애들 방관하던 거나, 제 빈자리 옆에 와서 앉아주셨던 거나, 동병상련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 다 이해한다는 말대신 그 친구랑 저를 끝과 끝으로 떨어지게 만들어주신 거 아직도 감사하고 있어요. 3학년이 되어서도 불쑥 제 교실에 오셨던 것도요. 어디에 계시든 건강히 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_그러고보니 나한테 효녀상을 주신 선생님도 계셨어. 내가 받는 상인데 내가 이해를 못해...

_시쓰라고 알려주신 선생님이 계셨다면, 내 시를 자기 멋대로 빨간펜으로 고치신 선생님도 계셨지. 그 시가 실린 학교 문집을 찢어버릴까 불살라버릴까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몰라. 물론 그 때의 분노를 잊지 않기 위해서 책장에 꽂아놨다.  

_감성팔이는 이제 그만 각설하고, 너만 보면 답답이 터진다 정말. 어렴풋이 그런가 보다 하고 느끼고 있던 걸 이렇게 확인사살당하고 나니 정말 속에서 열불이 난다. 답답한데다 꽉 막혔어. 손해보는 성격일텐데 그거, 그런데 그게 내 손해는 아니니까 닥치고 넘어가자. 그래 내가 닥쳐야지. 고나리해서 먹혀들 얘기였으면 진즉에 했겠지. 내가 너에 대해 뭘 안다고 떠들겠니. 네가 이미 그런 성격인 걸. 나도 이제와서 누가 네 성격이 어쩌고 하는 소릴 들으면 곧이 곧대로 들어먹을 것 같지않아, 그냥 화가 나겠지. 네가 뭔데 내 성격이 어쩌고 저쩌고 시발아, 이미 그런걸 한번 겪었으니까 또 겪기는 싫은데, 그런 와중에 또 이런 사태가 나니까 나는 또 귀찮고 그렇다. 알게 뭐냐, 그냥 이러고 다 흘러가겠지.  
  
_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 호이~ 호이!  

_이렇게 서로 상처만 남을 거였으면 우리는 안 만나는 게 좋았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몇 번이나 발을 뗄 수 있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어디에 미쳐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땐 미쳐서 미처 알지 못했지. 아 창피해.......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요. 솔직히 말해 니들은 창피해할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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