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30220

오후3시 2013. 2. 20. 15:21


_얼마나 더, 얼만큼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_늦잠을 잤다. 괜히 모닝콜을 바꿨지. 모닝콜을 끈 기억은 있는데 들은 기억은 없다. 소리를 들으면 눈이 떠져서 움직이기는 하는 것 같은데 다시 잠들기까지 아무런 거침이 없다. 분명히 모닝콜은 세번 울렸을 텐데 두번 밖에 끈 기억이 없다는 것도 어딘지 뒤숭숭하다. 모닝콜을 못들었건 껐던 시간은 이미 훌쩍 다른 날 같으면 회사에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짐을 챙긴건지 정신줄을 챙긴 건지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나왔더니 그 많던 택시는 다 어디로 갔을까. 사거리까지 나왔는데도 도무지 지나가는 택시가 보이질 않는다. 횡단보도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좌회전하려고 1차선에 섰던 택시가 내 쪽으로 왔다. "안절부절 하는 모양을 보니 택시 기다리는 것 같아서 이리로 왔다" 고 하는 친절한 택시 아저씨 덕에 9시가 되기 3분 전에 사무실 앞에 당도할 수 있었는데 사장님과 마주쳤다..... 껄껄.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뭐겠어. "사장님, 안녕하세요." 꾸벅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지.

_상당히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번 읽은 책은 또 읽어도 재밌다. 재미있는 부분이 나오면 또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취향이란 녀석은 언제나 확고 해서 이전에 읽었을 때와 비슷한 부분에서 그렇다. 그게 신기할 정도로 일치하는게 재밌다. 마치 데자뷰처럼. 아무튼 대략 이주일 간 거의 세권의 책을 읽었다. 리뷰도 감상도 뭣도 아닌 글을 끄적여야 하는데 그럴려면 한번은 더 봐야 하고 비공개로 남겨두긴 했지만 언제 쓸지 몰라요. 내가 그렇지 뭐. 

_그리고 아직 다시 읽는 책 한권은 3/2정도 남았고, 처음 보는 책 두권도 각각 4/3씩 남았다. 주말엔 새 책을 두권 받아 올테고. 책장 비닐에 싸여있는 책도 얼른 읽어 치워야지. 그런데 주말에 받아올 책은 블로그에 쓸 수 없으니 묵혔다가 다음 분기 회정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 분기를 떠올리자면 아슬아슬했지. 마지막 날에 겨우 감정을 추슬러 썼다. 뭐라고 썼는지 다시 읽고 싶지도 않아.  

_무진기행 필사를 반정도 했는데 서술부분은 그렇다고 쳐도 대화는 재미가 없다. 필사를 마치고 나면 서술 부분만 한번 더 해야지. 그리고 다른 책도 찾아봐야 겠다. 필사 하자고 책을 사기는 뭐하고 집에 있는 책을 쓰기에는 좀 그렇다. 왜냐면 죄다 사람죽고 죽이고 하는 거라. 뭐 그래도 상관이 없기는 한데.  

_십삼만원이나 되는 장바구니를 끝내 결제하지 못하고 교보에 가서 신간만 한권 집어 들고 왔다. 그것만 잽싸게 계산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신간이 또 주르륵 나와있네. 읽고 싶은 책들이 있긴 한데, 다 사서 읽지는 못할 것 같고 적립금은 금요일까지 다 써야 하는데 그거 쓰자고 책을 사는 것도 어딘지 찜찜한 기분이 들기는 매한가지다. 그래도 이제 도서정가제 하니까, 흑흑. 지금은 좀 손해보는 기분이 들더라도 점차 바뀌어 가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장바구니를 처내자고 나가놓고 예정에 없던 책만 장바구니에 더 담았다. 저 책들이 중고서점에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건 좀 그런데. 그렇다고 무작정 운을 기다릴 수도 없고. 책을 사면 또 좋기는 한데 둘 곳은 없고 내보내고 싶은 책은 좀처럼 골라지지 않는 게 사람마음이다.

_시안하다 코딩하고 코딩하다 시안하고, 잠깐 등업글 썼다가 커뮤에 글도 좀 봤다가 다시 시안에 써먹을 사진 찾아놓고, 옆에 쌓인 일들도 슬슬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아득하지. 언젠가 다 하긴해야하는데 왜 이렇게 미루는 것만 남았을까. 잔꾀 부리는 일이 늘었다. 그러지 말자.

_그런 의미에서 어제는 청소기도 좀 밀었고. 

_자주 가는 단골 빵집에 새 메뉴가 늘었다. 마카롱이 너무 달지도 않고 적당히 부서져서 되게 좋은데 작고 비싸다. 마카롱이 다 그렇지 뭐. 탄수화물을 줄여야 하는데 단 거 튀긴 거 끊는 것보다 이게 제일 힘들다. #그러니까_안될거야_아마.

_허각의 이번 미니 앨범도 좋다. 라이브 듣고 싶어. 스케치북에서 한소절 불러주는 노래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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