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30121

오후3시 2013. 1. 21. 22:03


_열이 받아 돌기 직전이니까 일기를 써야지 뭐하니.

_그 동안 못먹고 산 것도 아닌데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약간의 여유가 생겨서 들어가 본 공카에서 거지같은 공지를 보고 난 뒤로 내 몸은 고칼로리를 외치고 있었다. 함께 외쳐! 고칼로리! 고!칼!로!리! 잔뜩 기름진 거 말이야. 맛있는데 한 입 먹고 나면 온 내장이 기쁨의 살사댄스를 추지만 내 수명은 뚝뚝 줄어들 게 만드는 그거 말이야. 나는 별로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 그런거 막 먹어줘도 될 것 같은데 이젠 나이가 처 들었다고 그런 거 마구 먹으면 소화도 잘 안되고 밤새 더부룩하고, 엠병 내 입은 맛있다고 정도를 모르고 꾸역꾸역 처먹는데 애가 속에서 안 받으니까 나더러 뭐 어쩌라고 시발아, 나는 열받으니까 먹을거야!! 하고 한번쯤은 패기를 부려보는 그 것. 어쨌든 퇴근 후에 퇴근 루트를 한번 훑고, 버거킹이냐 KFC냐를 고민하다가 입을 쩍 벌리고 양상추를 우적우적 씹을려면 맛은 구려도 집 앞 롯데리아에서 테이크 아웃 해야지로 최종 결론을 내리려는데 이사님이 대뜸 퇴근 하고 감자탕 먹으러 갈건데 저녁 먹고 갈래 하시는 거다.

_내 몸은 고칼로리!를 외쳤지만 사실 햄버거 보단 감자탕에 소주지.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그래도 대뜸 갈래요!는 못하고 미적미적 망설이는 척을 좀 했다가 따라나섰는데 이사님만 가시는 거 아니고 L차장이랑 B과장도 가는 거. 나는 열이 치받아서 별 생각도 못하고 따라나섰는데, 동네 가게는 감자탕대짜를 그냥 무슨 들통에서 옮긴 것 마냥 재료를 쌓아올려서 갖다주고, 탕이 끓는 걸 참지도 못하고 양파와 김치를 우적우적 씹고 있는 와중에 B과장은 작년 회식에도 그러더니 여전히 썩은 멘트를 날렸다. 요즘은 개그 프로를 안 보는 건가. 예전에도 멘트는 저질스러웠지만 어째 이젠 웃기지도 않아. 

_쟤들은 여름 휴가에 일본이냐 유럽이냐를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나는 팬싸때문에 열이 받은 한마리 짐승같은 빠순이. 오늘따라 술은 또 왜 이렇게 단지. 주는 족족 마시고, 열이 오를데로 올라서 인지 술도 취하질 않았다. 이건 술이 아니고 물이야. 엉엉. 시발아. 내가 이러자고 빠질을 시작했냐. 전쟁같은 주말이 생각나 나는 몸서리를 쳤지만 아무도 모르지. 내 지난 주말을. 

_감자탕인데 뼈 건져먹을 생각은 않고 내내 감자랑 감자랑 우거지랑 우거지랑, 당면을 건져먹다가 수제비 사리를 추가했는데 슈퍼에서 파는 감자수제비 사리가 아니고 주방에서 직접 반죽해서 뜬 수제비. 감자탕이 여긴 꼭 가야만 해!! 하는 맛깔난 집은 아니지만 이사님도 나도 수제비에 눈이 뻔쩍 뜨여서 국물이 졸아들 때까지 젓가락을 빼지 못하고 정줄을 놓고 처먹었다. 저녁만 먹자고 했으나 와중에 소주는 네병이나 까고, 헤어져 집에 걸어가는데 왓더..등뼈는 하나 밖에 안 건져 먹어는데 속이 울렁울렁. 이러고 집에 갈 수 없으니 5km를 파워워킹.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 데 아마 그쯤 될 거. 비도 오는데 참 청승이지. 왠 미친애가 다 저녁에 파워워킹을 하고 지나다녀서 무서웠을지도 모를 일이야. 다행히 비바람은 치지 않았으나 내 어그 앞굽은 축축히 젖었다.  

_그러니까 여름에 나도 어딜 가긴 가야 할 것 같은데 그 때 돈이 있을까 어쩔까는 아직 모르는 일이고. 퇴직금 중간 정산 안되서 나는 진짜 죽을 것 같다. 타격이.. 너무.. 커요. 정부장이 되게 안쓰럽게 말할 때는 그저 그냥 공감만 했었는데 .... 이젠 뼈에 사무치네.

_중간정산을 악용하는 무리가 있겠지만은서도 나는 어찌 살라고. 이건 어디다가 청원을 해야 하는 거요.  

_이거 말고 다른 내용을 뭔가 쓰려고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하는데 뭔지 모르겠으니까 그냥 마무리를 지어야 겠다. 이게 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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