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30414

오후3시 2013. 4. 14. 21:50


_주말일기

_오랜만에 주말에 집에서 쉬었다. 물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꽉 짜인 스케줄을 예상했었으나 그냥 포기하고 잤다. 지나고 보니 그게 잘한 일 같기도 하고, 후기 뒤져보고 나면 눈물을 훔칠 것도 같고. 그러니까 무서워서 못 물어보겠어. 너는 잘 다녀왔니.

_아직 동도 트기 전인 새벽에 꾸역꾸역 일어나 한시간 반이 넘게 버스를 타고 거길 가서, 우르르우르르 사람들을 따라 5분?10분? 아마 꿈결같이 한 순간이겠지. 그걸 지나고나면 또 일주일을 살 기운이 생기겠지만은, 그런 걸 다 겪기에는 내 몸둥아리가 너무 무거웠어. 나는 아직 거기까진 아닌가 봐.(는 무슨 언젠가 다시 도전하겠지)

_여튼간에 일요일엔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안왔고, 토요일엔 그나마 커피 엑스포에 다녀왔다. 작년에 본 카페쇼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난 커피가 더 주를 이룰 줄 알았지, 생각보다 널널하게 자리잡은 부스들 덕에 사람이 제법 많았는데도 설렁설렁 걸어다닐 수 있었는데 여전히 인기 많은 부스에만 사람이 몰리더라고. 다행인게 한쪽에만 몰려 있지 않고 적당히 배분?이 되었다고 할까, 툭툭 구경하기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나는 널널하게 구경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오고 보니 시간대를 잘 잡은 듯, 길게 늘어선 입장줄을 보고 사전등록하고 온 나를 실컷 칭찬했다.  

_그러나 나는 왜 정줄을 놓고 지갑을 열었는 가. 돌아다니다 보니 젤라또를 팔았지 (2,000) 버블티를 팔았지 (3,000) 또 버블티가 보였지 (3,000) 나는 왜 커피 엑스포에 와서 줄창 버블티만 마시고 있나 싶어 커피도 한잔 마셨어요 아메리카노(1,000). 커피를 보러다니다 보니 나도 핸드드립 정도는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벼르던 도자기 드립퍼가 육천원이었는데 잔돈이 없다는 이유로 오천원만 받았어. 어헝. 감사합니다. 거지새끼한테 이런 은혜를 베풀어 주시다니 복받으실거예요. 어흑흑. 은혜롭게 천원하는 마카롱을 사먹었고, 내 하찮은 개인정보를 팔아 수제 초콜렛도 한 조각 얻어먹었고, 보티브 세개골라서 컵까지 만원에 챙겨주는 양키캔들을 한봉투 짊어지고, 
선물드릴 니나스티 블랙퍼스트를 하나 샀고, 친구한테 문자했더니 저도 하나 사달라기에 보티브 한봉투도 추가 구매. 내 지갑이 너덜너덜해졌다.

_반죽기랑 우유 거품기를 사오지 못한 것이 조금 아깝기도 하고. 그런데 사면 뭐할거야. 그러면서도 사고 싶어. 엉엉. 작년 카페쇼에서 맛보았던 그 미친 우유거품을 다시 맛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그 때보다 부스가 작아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이 많아서 그냥 내가 지나쳐 온 부스에 있었던 건지 그 아저씨를 다시 못 보았네요(....) 아아...아저씨 저는 아저씨가 만들어주신 우유거품을 잊지 못해요.... 장성한 아들도 계시던 그 분. 아아........명함이라도 받아놓을 것을! 아저씨가 파는 커피머신을 살 능력은 안되지만 그냥 존경의 마음을 담아 명함한장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영광일텐데 말입니다. 흑흑.  

_사진을 몇 컷 찍기는 했는데 아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서 카메라 렌즈 들이대는게 불편할까봐... 후다닥 후다닥 찍었는데 초점도 후다닥 나갔어요....... 하하하하........ 

_서점에 갔는데 나는 사실 아직 먹다 남은 커피가 있어서 그걸 다 마시고 서점에 들어갔단 말입니다. 뭐 꼭 내가 그렇게 대단한 짓을 하고 들어간게 아닌데 어떤 여자가, 턱 하니 새 책 위에 테이크아웃 컵을 올려놓고 다른 책을 보셨지요.......... 다 마신 거긴 했어. 그런데 그건 아이스 잔이었지요. 그런데 그걸 왜 다른 책 위에 올려놓느냐고...... 작은 물방울 하나라도 종이 재질에 따라 표지는 우글어지는 걸 모르나? 서점 문 앞에 음료수 반입 금지라고 그려있는 픽토그램을 보면 모르나? 상식이 없나??? 그런데 또 바로 그 옆에 음료수를 손에 든 여자 분이 계셨고....... 화아아.......... 분노를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빠르게 걸어서 시선을 이동했습니다. 난 모르겠어요..... 내 상식으로는 이게 이해가 안되는데..... 저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_서점에 들른 것은 어떤 책의 실물을 보고자 함이었는데, 의외로 다른 책을 골라들고 나왔다. 사실 의외...랄 것도 없긴 한게 들고 나온건 어쨌건 추리소설. 요즘 스틸라이프를 한창 읽고 있는 참이라 두꺼운 책에 대한 갈망이 강했던 모양이다. 두껍고..두꺼워서....눈이 부시게 아름다워....이 책이야.... 하고 들었다. 하지만 서점에 진열 된 책의 모양새가 왜 다 이 모양 이 꼴인 건가. 공기방울은 예사고, 공기방울이 없으면 측면에 얼룩.......서점에서 얼룩 없는 책 고르고 있는 게 제일 싫은데..... 내가 그러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잖아. 두꺼운 책인데 공기방울 세륜 공기방울......책이 두꺼우니 떡제본인데 공기방울이 신경쓰이는건 당연하잖아요!!! 그러고보면 나는 여태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어째 받았나 싶다. 오프라인에서 책 살 때만 되면 이렇게 예민해지는 건가 봄. 참 이상허기두 하지.

_삼백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아직까진 재밌다......시리즈 물이라 내가 고른 것이 4월 신작이었는데 3월에 나온 것도 조만간 구입할 듯. 하아.......... 전작은 2010년에 나왔는데 오래되서 찾을 수 있을려나. 그 쪽이 더 재밌어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스미소니언을 모델로 한 것 같은 장면과 본즈 레스토랑이 자꾸 등장하는데..... 어, 이거.............? 

_그리고 염원해 마지 않던 스틸 라이프를 드디어 다 읽고 말았습니다. 가마슈 경감님......... 맨날 뭘 그렇게 드셔............밤에 읽는데 이런 고문이 없고. 갓 구운 크로와상. 롤빵........ 아우..... 그냥 돌아버리는 줄 알았네. 이게 추리소설이요, 가마슈 경감 먹방이요.... 하지만 나에겐 아직 치명적인 은총이 남아있단 말입니다. 그게 언제 산 책이요, 라고 물으시면 아마 제작년........... 책은 원래 오래 묵혀두고 꺼내보는 겁니다. 네. 그렇고 말고요. 여튼간에 스틸 라이프 잼이쪙. 치명적인 은총을 구매하게 만드신 분이 스틸라이프보다 재미있다! 라고 나에게 권유를 하셨는데...... (나는 그 때 스틸라이프를 전 해에 사놓고도 읽지 않았던 게 함정) 아아...여기에도 스리 파인즈와 클라라와 피터가 등장하는 군요....... 아 그렇다면....... 이건 또 먹방이......... 아우우........ 
 
_아주 간만에 집에서 밥을 해먹었습니다. 왠지 너무 역사적이라 일기에 한 줄 써두어야 할 것 같아.



'날적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0509  (0) 2013.05.09
130220  (0) 2013.02.20
130204  (0) 201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