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216 아부지의 문자메세지

아부지도 핸드폰을 사용한지 15년이 넘었는데 아, 정확하게는 기억 못하겠다. 암튼 오래전 부터고 내 나이를 생각해선 20년은 안된거 같고, 문자를 단답형으로 나마 보내게 된게 5~6년 전이고 전달로 문장 보내는걸 알게 된게 2년 전 쯤, 그래서 좀 귀찮은 일을 떠맡고 있긴 하지만 근래에는 제법 문자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바쁘기도 하시겠지만 연애라도 하시는 지 답 문자가 빨라졌다. 아이폰으로 바꾸고 나서 난 타자가 느려진 반면, 이건 주.. 중학생인가? 싶을 정도. 아무튼 깜짝 놀랐다. 예전에는 내가 문자를 보내도 더러는 그냥 답 문자 대신 전화를 걸기도 하셨다.

집에서 먼지에 파뭍혀 썩고 있는 카메라 브랜드를 물었는데 이따 집에서 보고 전화 주신댄다. 이만큼이나 한문장으로 빠르게 답문자가 오는게 신기해서 한동안 핸드폰을 보고 있다. 진짜 연애라도 하시나?

미놀타나 펜탁스면 보내달라고 했는데 싸구려 카메라라니까 니콘은 아니겠지. 나두 필카 찍고 싶다! 필카 유저가 되고 싶어. 룸메가 필카 사진 찍은걸 필름스캔 했는데 아무리 DSLR 화질이 좋아도 필카의 색감을 어찌 따라가리. 그야 룸메가 잘 찍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러고 보니 저 카메라를 산게 오토바이 산지 15일만에 잃어버리고 성질이 나서 사신거였던가, 카메라는 샀는데 데리고 나가 찍어 준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다른 집에는 흔하디 흔해서 굴러다니는 가족 앨범이 우리집에는 하나도 없는 걸 보면 단순히 취미 생활도 아니셨던 듯. 궁금하다, 사진 찍을 것도 아니었으면서 카메라는 왜 사신거지.

저녁에 통화하면 물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