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091010 키보드 테러

오후3시 2009. 10. 10. 22:00

_시험 접수하면서 병신짓 한 것을 무색하게 다행히도 숭실대학교 전산관으로 배정되었다. 지하철로 환승이지만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눈누랄라. 신난다~ 했었는데 망할, 의외의 복병은 시험시작이 5분 지나고 나서 생겼단 말이지. 시작시간 부터도 아니고, 시작시간이 5분 지나서 였다는 건 지극히 타의에 의한 것인데 나름 이것저것 시험도 볼만큼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황당한 경우는 진짜 처음이다. '시험 감독관'이 늦었다. '헐~'하는 소리가 입밖으로 기어나올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 저것들 이름을 적어다가 주최기관에다가 신고를 해야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는데 시험감독관은 의례 2명이라 나머지 한명이라도 빠릿빠릿해야 시험 진행을 할텐데 이 여자는 늦은 시험 감독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감독관이 늦는다는 사실을 말한 것 조차도 시험 시작 5분 전이었고, 답안 작성시 유의사항은 물론이거니와 시험문제와 답안 제출용 usb를 나눠 준 것도 시험시작 시간 2분 전?에 하나씩 돌아다니면서 나눠주는 거다. 나는 전산회계 시험이 처음이었고, 학원에서 배운 것도 아닌데다 혼자 문제집 풀며 독학하고 사장님이 지난 연말에 1년치 데이타를 한꺼번에 입력하면서(...) 알려준 것이 전부라서 실기 기출문제를 풀어보지 않았다면 이 뭥미? 싶었을 약간의 정보가 필요한 시험이었다. 물론 필기+실기 시험인데 기출문제 한번 안풀고 시험장에 왔겠느냐만은, 학교 중간고사가 아닌 이상, 돈 내고 시험보는 거라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항'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시험 시작 시간, 시험 종료시간, 문제 설치 방법, 답안 저장 방법 정도는 다시 한번 구두로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실제로 답안 저장 방법을 감독관에게 문의한 사람도 있었다. 시험 시간 도중에.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시험이 시작하고 5분이 지나서 '여유롭게' 들어온 감독관은 그 어리버리 감독관이 시험지 나눠주는 걸 여차저차 돕다가 "7분 더 여유를 드리겠습니다" 하는 적반하장의 말을 했다. 7분 더? 여유를 줘? 누가? 니가? 늦었다는 사과의 말 한마디 없었고 마치 너그럽게 너희를 봐줘서 '7분이나 더' 덤으로 주는 것처럼.  

시험 시작 시간이란게, 설치 프로그램은 깔고 수험표 입력 후에 [이번 시험 경우에는 감독관 확인 번호를 넣어야 프로그램을 온전히 실행할 수 있다] 시험지는 각자의 책상 위에 있은 후에야 땡, 하고 시작되는 거 아닌가? 내가 여태 잘못 알고 있었나? 정확히 그렇게 시작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제까지 내가 본 시험들은 비슷하게라도 했다. 시험 시작 시간이 지나서야 시험지를 나누어 주는 어처구니 없는 작태는 '진행 미숙'을 떠나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분명 30분 전에 여유있게 입실 하라는 말이 수험표에도 있었고, 시험이 시작되면 '입실을 불허'한다는 말도 홈페이지에 또렷이 적혀 있는데 시험시작 10분이 지나고 들어온 수험생에게도 시험지와 usb는 지급되었다. 시험 시작시간이 7분 늦어졌으니 '10분이나' 늦었어도 실제로는 '3분 정도'밖에 늦지 않은 것이다. 뭐, 이건 내 사정이 아니니 넘어간다 하더라도, 30분 전에 미리 입실을 하면, 그 30분 동안 멀뚱멀둥 시험 감독관과 수험생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쳐다 보고만 있어야 하나, 분명히 이런 저런 주의사항이나, 안내 사항이 있을텐데도 그 것에 단 5분은 커녕 1분도 할애하지 않았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컴퓨터 실기가 있는 시험이니 컴퓨터 오류를 확인 하는 것도 시험 감독관의 몫일텐데 그 여자가 내 뱉은 말은 더 가관이었다. "컴퓨터 이상한데 없으시죠?" 이 말을 다 뱉고 확인하는데도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도 별로 이성이 남아 있질 않았는데,  

내가 앞자리에 앉았으니 망정이지 뒷자리는 시험지를 다 받았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게 시험은 시작되었다. 교실 안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은 틈에, 타타타타다닥. 하고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주변에도 그 비슷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만, 유난히도 탁탁탁탁탁, 누가보면 키보드를 때려 부실 셈인가 싶을 정도의 소음이 옆 자리에서 들렸다. 그 소리가 시험 끝날 때까지 30분 정도 계속 되었는데 눈 앞에 시험 문제가 하얀 것은 종이, 까만 것은 글자라고 보일 정도로 눈 앞이 아득했다. 물론 어젯밤 집에서 기출 문제를 풀 때만큼 조용하길 바란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도 그 비슷한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도 신경을 거스르는데 혼자 시발 거리면서도, 시험 시간이니 참았다. 저 머저리 같은 시험 감독관에게 손을 들어 말해봤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줄 것 같지도 않고 시험 끝나면 두고보자 했는데 40분이 지날 무렵엔 ubs를 제출하고 먼저 나가는 것이다...... 망할. 시험에 떨어진 것 보다 더 큰 절망이었다. 꼭 복도로 끌고 나가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었어야 했는데.

세무사회 주최라서 이렇게 허술하게 감독하고, 앞뒤 없이 자유롭게 시험봐도 되는 건가. 이게 '국가 공인 자격증' 시험장에서 가능한 일인가. 백번 생각해 봤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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