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090924 점심 산책

오후3시 2009. 9. 24. 14:02

_연 이틀씩이나 부장님의 호의로 아메리카노를 얻어마시면서 석촌호수를 산책했는데 고작 더운 바람 몇 번 맞았다고 시덥잖게 기침이 늘었다. 다 나아가는 줄 알았는데. 아침에 3일이나 아저씨한테 육백원주고 산 쌍화탕이 점심 때 아주머니한테 사니까 오백원이여서 조금 화가 났지만, 그런 걸 따질 여력도 없고 전자렌지에 쌍화탕을 데워 마신다. 약사님이  비타민도 많이 먹으라 해서 오늘은 비타오백 큰 병도 하나 드링킹 했는데 좀체 나아지질 않는다. 감기 너 참 지독하다. 가을 볕 같지는 않게 한 낮의 햇살은 따숩고, 바람은 산들산들 부는데 기침이 줄지 않는다. 

꽤나 가벼운 발걸음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일 얘기. 사나흘이면 충분히 끝나고도 남았을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이 두 달여를 끌어오다가 결국 약간의 수정 작업을 코 앞에 두고 엎어졌다. 아침에도 내내 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쓸모 없게 되었으니 주저앉아 울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만, 울 수 는 없다.

무언가 내가 놓친 게 있을텐데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클라이언트가 아무리 뭉뚱그려 설명해도 내가 찰떡같이 알아 들었어야 했는데 아직 거기까지 예민하게 직업적 신경이 발달하지 않아서 사실 이 쪽도 저 쪽도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한 상태. 하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 듯. 사장님 더러 그림이라도 그려주세요, 하고 손 내밀 수는 없는 것 아닌 가. 비단 홈페이지 문제 뿐 아니라, 요즘 모든 일에 사장님의 needs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문제는 '어디가','어떻게' 잘 못 되어 있는지 모른 다는 거다. 기침이 눌러진 가슴이 묵직하다.

_졸지에 내게 남겨 진 게 완전히 '새로운' 두 개가 되었다. 아무 것도 쉽게 갈 수 있는 게 없다. 쉽게 가려고 한 적도 없는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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