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10116 그런 게 아니야

오후3시 2011. 1. 16. 21:43

_그런 게 아니야. 내 말은. 

_토요일에 스벅 바닐라 라떼가 너무너무너무! 심하게 먹고 싶어서, 이제 정말 한계다 15일을 버텼는데 이 번에 한번 먹는다고, 죽는거 아니잖아?? 하고 그 추위를 뚫고 스벅에서 바닐라 라떼 벤티를 샀는데, 사왔는데 그만, 집 앞 계단 올라오다가 그것도 하필이면 마지막 계단에 걸려 넘어졌다. 이미 반이상 쏟아진 바닐라 라떼. 화가 나기 보다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집에 들어가서 휴지랑 가져나와 흘린거 정리하고 남은 바닐라 라떼를 마시는데 두 모금? 세 모금? 너무 억울한거다. 그래서 다시 스벅을, 가야했지만 창피해서 그러진 못하고 할리스에 갔는데 알바 하는 사람이 내 주문을 잘 못 알아들은거, 그란데가 아니라 레귤러로 주문을 넣어서 취소하고 그란데를 마심. 하두 많이 마셔서 가격을 외웠다. 바닐라 딜라이트 5,100원. 다른 때 같으면 주문이 잘못 되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마실려고 했는데, 안되겠는거야, 도저히. 그래서 그란데를 사다가 마셨지만 너무 달아서 다 마시지 못했다는 그런 슬픈 얘기. 

_여름의 마지막 장미. 온다 리쿠. 이거 꽤 재밌지 않나, 기대를 별로 안 했더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서점에서 몇 번 살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몇 페이지 읽어보고 내려 놓은게 내가 기억하는 것도 서너번인데, 도무지 그 검은 표지하며, 띠지하며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었다. 제법 두께가 있어 보여서 기한 내에 다 못읽을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400페이지를 5시간 안에 다 읽었다. 100페이지 읽는데 평균 1시간 쯤 걸리니까 그래도 빨리 읽은 편. 사실 빨리 읽고 싶어서 욕심을 냈는데 기어이 다 읽을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간에 끼워있는 연극은 솔직히, 대충 훑어 읽었다. 지문에 들어있는 설명만으로도 이미 충분한데 그, 장면장면 잘려진 주석같은 작은 글씨들은 되려 흐름을 방해만 할 뿐이고 안 읽고 넘어가자 하고 넘기는 순간 신기하게 속도가 붙었다. 사키 말처럼, 꽤 흥미로운 남매 이야기에, 변주 두개 정도 넘어가니까, 이번엔 누가 죽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악의로 가득찬 건 내가 아닌 가 싶기도 하고(아니 진심으로). 이게 진짜로 일어난 일인지 아닌 지에 대한 얘기는 다음 변주에 계속 되니까, 그 부분에 대한 추리?인가 예측도 읽는 동안 꽤 재미있었던 것 같다. 세자매의 이야기는 초반엔 뭐, 이런 할머니들이ㅋㅋㅋㅋ 싶었는데 그러니까 그 담력테스트에서 있었던 게, 묘사 같기도 하고, 그저 있는 대로가 사실 인 것 같기도 하고, 다들 거짓말을 하니까 꾸민 얘기 같기도 하고, 일순 상상인가? 싶다가도 현실같은 애매모호함이 흡입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 아, 하지만 내가 상상한 그런 결말은 진짜로 아니었으면 좋겠고. 

미즈호라는 이름을 헛갈려서;; 세자매 중 한명의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중반까지 읽었다가 ㅋㅋㅋㅋ 약간 혼란이 왔지만 다 같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겨우 페이스를 찾았다. 아마치 교수 파트랑 류스케 파트가 제일 재밌게 읽은 것 같고. 가장 많이 변했던게 사키 캐릭터. 자신의 변주나 다른 변주에 등장하는 거 보면, 캐릭터가 변화무쌍하다고 해야 하나, 사람이 겉만 보면 모르는 게 맞고.   

맨 마지막에 있는 온다 리쿠의 인터뷰는 그냥저냥. 다른 책을 안 읽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별로 흥미를 유발하지는 않았다. 것보다 온다 리쿠가 필명이라니. 아, 왠지 속은 기분ㅋㅋㅋ 하지만 그냥 내가 몰랐을 뿐 인거.

_스트로베리 나이트. 재시청. 보고 또 봐도, 계장님의 "역시 에이스를 안에 두길 잘했어!"는 명대사. 아니, 그러니까 이런 깨알같은 캐릭터들을 다 만들어 놓고 연속드라마를 안한다는게 말이 되나?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그러니까 좀 해달라고. 만들어 달라고. 히메카와누님. 카쿠타를 부탁합니다요. 연애 같은 건 굳이 안해도 되니깤ㅋㅋㅋㅋ 히메카와가 극 중에서 사건 현장에 들어가며 구두에 비닐을 씌우는게 두 번있는데, 그 때마다 말 안해도 가방 들어주는거 왤케 귀엽냐. 대본에 있던 없던 간에. 범인 밝혀지고 난 후에 일본드라마 특유의 설교와 질척거리는 연출 진짜 싫어하는데, 단편이여서 그런지 몰라도 담백하게 끝내는 편. 잊을 만 하면 또 봐야지. 연속드라마 확정 될 때까지 봐야지.   

_넷북을 사겠다던 사람은 결국 주말에 연락하지 않았다. 자기가 꼭 사겠다며 다른 사람한테 팔지 말라고 하더니. 약속 안지키는 사람이 정말 싫다. 그럴 줄은 알았지만 혹시나 저녁에 연락올까 기다렸던 내가 미련하다. 아, 그러니까 이런거 진짜 짜증난다고오! 당신한테 보내려고 회사에 있는 넷북상자 가져다가 먼지털고 비닐캡에 싸서 소중하게 포장했던 내가 등신이지. 

_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천천히 책을 양껏! 읽고 싶다. 마음껏! 다! 전부 다! 사다 쟁여놓은 책고, 아직 사지도 앉았지만 읽고 싶은 책도 퇴근하고 집에가면 7시. 밥먹고 나면 8시. 그 때부터 JPT 공부를 시작해 한 챕터 끝내는데 5시간. 그런데 내가 이렇게 공부하나 싶은 감각은 없고, 거의 9시에서 잠들기 5분전까지 독해 기출문제를 보고 있는데, 실력이 느는게 꽝이다. 결국 주어진 시간이 이거 밖에 없으니까, 쪼개서 써야 하는데, 나란 인간이 그렇게 효율적이지가 않더란 말이지. 안되는 공부 붙들고 있지 말고, 책을 한 시간씩 읽을까. 그런데 내 독서속도라는게, 100페이지 읽는데 한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빌린 책 같은건 다소 무리수. 지금도 쌓아둔 책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데 더 사다 쟁였다가는 룸메에게 쫒겨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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