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01003 주말, 여의도 공원

오후3시 2010. 10. 4. 09:20



_날씨가 너무 좋길래 룸메를 꼬드겨 여의도 공원에 출동했다. 사진을 몇 장 찍기는 했으나, 메모리에서 꺼내기 귀찮을 뿐이고. 사실 꺼내보일만큼 대단한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다. 그냥 날씨가 너무 좋아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왔고, 여의도만 비가 내렸는지 어쨌는지 저녁이 되자 바람이 처 불어 춥기나 하고, 와중에 미니붕어빵을 잡쉈고(소원풀이) 춥고, 비오고, 배가 몹시 고팠기 때문에 여의도에서 호화롭게 고기를 먹어보자 세븐스프링스를 찾았으나 20층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건물 20층에 덩그마니 세븐스프링스,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어쨌든 비싼 소고기(그것도 한우!)를 먹었고 소지섭 포토에세이를 준다길래 받아왔고, 사진은 뭐, 영 볼게 없고. 굳이 이런 책을 사지도 않을텐데 그냥 득본 기분으로 그러고 있으니 제정신도 아닌 것 같고. 소지섭이 찍은 강원도라면서 강원도는 안나오고 영 소지섭만 계속 디립다 등장하는데 이게 뭐, 그렇지 소지섭 포토에세이니까 소지섭이 안나오면 누가 나오나. 틀린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마냥 좀 속은 기분이 들더란 말이지. 사실 이런 류의 책은 카페 같은데 비치되어 있으면 슬쩍 시간떼우기용으로 나마 훌렁훌렁 넘겨 볼 것 같은데, 아 진짜로 훌렁훌렁 넘겨보기만 해서인지도 몰라. 어차피 책상 위에 있으니 정독이라고 해볼까, 하는 마음이 농담으로나마 잠깐 목구멍을 기어나올 뿐이고. 누굴 줘야할까 줄 사람도 없고. 차피 가지고 싶다는 사람도 없을테니 그냥 그러니 한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테고 소지섭 책의 판매량은 올라가는 건가. 흐음. 뭔가 교묘하고 이상한 마케팅이구나. 하지만 편집자는 프로모션이라고 말하고 싶겠지. 


_비가 추적추적 오기 전에는 제법 날씨가 괜찮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싶었으나 이미 늦은 시간에 출발해서 공원 산책로를 좀 돌고 있을 때는 이미 6시가 간당간당한 시간이었다. 지금 다시 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쌩생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사실 한강보다는 사람들이 덜 쌩쌩 달려서 조금 안심하고 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무도 있고, 바람은 좀 불겠지만 강바람은 아니니 머리카락 휘날리며 미친냔마냥 비틀비틀 달려도 욕은 좀 덜먹을 것 같더란 말이지.


_산책로를 걷고 있는 와중에 드라마인가 영화인가를 찍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었다. 모야 누가 나오는건데, 하고 보는데 남자고 여자고 누군지 모르겠고, 드라만지 영환지 진짜 모르겠고, 와중에 달려가는 스태프한테 물어보니 "드라마에요~" 하고 대충 대답이 돌아왔는데 그런 물음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있을테니 거 왠만하면 단체티라도 입고 다니시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좀 하면서 룸메가 대충 대본을 슬쩍 봤더니 웃어요, 엄마라는 제목이었는데 그 비슷한 주말드라마인지 일일드라마인지가 있었던 것 같아 그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해서 알아보니 아직 시작도 안한 주말드라마였다. 모르는 애들이 왕창 나오는데 주인공을 못알아본 것도 실례되는 건 아닌 것 같고, 무튼 하고 싶은 얘기는 "드라마예요~" 했던 그 스탶아저씨가 "이제 지나가도 됩니다." 해서 지나가고 있었는데 뒷통수에다가 대고 그런다. "빠르게 지나가실게요. 죄송합니다!" 워낙 큰소리로 말해 나는 빵, 웃은 것도 잊어버리고 좀 지나와서 쿡쿡 웃었는데 빠르게 지나가실게요!! 라니. 이상한 말인데, 웃기고 빵 웃을만큼 크게 웃을만한 일은 아니었는데 요즘 웃을 일이 없다보니(...) 그냥 그런가 보다 웃음이 부족했나보다 하고 빵빵 웃었다. 그랬더니 비가왔다. 후둑후둑후두둑. 엇점, 이러냐.  


_그리고_그것이_실제로_일어났습니다.jpg 미친속도로 지나가버린 주말. 안녕, 하고 손도 못 흔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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