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축지법을 쓴다. 말 그대로다. 정확히는 올해 5월부터, 그렇다. 뭔갈 하려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목요일이다. 시간이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빨리간다. 환장하겠다. 정신줄을 놓고 사는지 어쩌는지 나름은 빠듯하게 시간을 잘 조절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해야할 일은 좀처럼 줄어들지않고 마음의 여유는 좀처럼 시간의 틈을 비집고 생겨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이 되면 이건 내가 뭘 하고 있는 지조차 막막하게 눈 앞이 깜깜해진다. 아, 지금도 내가 정말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런 현상이 5월에 시작된 것이 분명한 것은 이직 준비를 위해 자격증 공부를 시작한게 그 즈음이고 주말엔 짱짱하게 자격증시험을 보러다녀서 주말도 주말이 아니고, 금요일 저녁도 금요일 저녁이 아니었다. 뭔갈 뒤적이고 있거나 읽고 있거나 외우고 있거나 절망에 빠져서 그냥 드라마를 드립다 처보거나 ㅋㅋㅋ... 그래서 클리어 한게 제너럴루즈의 개선과 신참자, 건달군과 안경양, 또 뭐였지. 밀려있는 일 때문에 월화수목금금금이 아니라 내가 자초한 월화수목금금금이었는데 사실 모종의 이유도 있고 해서 그게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 주말에 괜히 아무것도 안하고 집구석에서 마냥 빈둥대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자고 일어나면 반나절이 지나는게 억울했던 것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하지만 그런게 시간을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만한 이유가 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나이가 드는거다. 어릴 땐 어린대로 시간이 느리게 가길 바랬다.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그런 그런 강박이 강렬하게 나를 붙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10대에 이루고자 했던 것들은 대부분 실행하지 못했다. 그럴 여건도 시간도 환경도 안됐다. 그게 20대에 가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어서, 30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그 때처럼 또 아무것도 못한 채 20대를 보내버릴까봐 두려워진 것이다. 올해가 끝나면 광화문 광장에라도 나가 만세삼창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끝이 아니고, 또 시작이지만. 20대가 끝나는 선을 넘고나면 마음으로나마 편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리 해도 그 시간들이 내게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을 마음으로 머리로 몸으로 이해하는 거다.
시간이 축지법을 쓰고 지나간다. 놓치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해봐야 소용이 없는데 그냥 멍때리고 있다가 헛헛하게 보낼 수는 없어서 떼를 쓰고 붙잡고 있다. 정신줄도 바짝 붙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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