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주말일기
_와우북 행사에 다녀왔다. 북적댈 것 같으니 일찍 가려고 알람까지 맞춰놨지만, 뭐야 휴일이잖아. 생각없이 알람끄고 한시간을 더 잤다. 끄어어어.... 점심시간 전후로 도착했는데 그래도 제법 한산한 편. 아동도서들이 비교적 뒷편으로 밀려나 있어서 그런지 어수선하고 시장바닥같은 느낌은 덜했다.
_친구 어머니 드릴 '안주'를 한권 더 사고, '안주'오디오북을 사고, 피니스아프리카에 책 두권까지. '안주'파우치에다가 현금으로 사면 준다는 자석 책갈피까지 받았어(엄마 이게 뭐야 나 선착순에 들었어!!) 무튼 뭔가 한거 없이 졸래졸래 다 챙겨온 것 같은 기분이긴 하다만, 현금으로 냈지만 남친같은 건 생기지 않아요. 사장님. 왜 이러실까, 정말.
_'치명적인 은총'을 사려고 갔는데 오천원이라는 은혜로운 가격에 그만 두 권을 덥석 손에 들고 말았다. 나머지 한권은 '꽃아래 봄에 죽기를'. 표제작 한 챕터 읽었는데 홀랑홀랑 잘 넘어간다. 단편인게 좀 꺼름직하지만, 후딱 읽어야지. 여직 스틸라이프를 다 읽지 못했으니. 으어엉. 이 출판사에서 책이 네권 나왔는데 세권을 가지고 있네요. 아 이게 뭐야.
_하지만 오디오북 리핑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잊어버리고, 그렇고.
_일요일에 책 전해줄 친구를 만나서 파스타를 흡입했다. 밖에서 먹는 파스타 오랜만이네요. 하지만 명란크림파스타를 다시 먹을 것 같지는 않아. 나쁘진 않았는데 취향은 아니네. 친구가 주문한 알리오 올리오는 괜찮았다. 접시 탓인지 양이 무척 작아보여 안쓰러웠지만 맛있으면 된거임. 피자도 오랜만에 먹었고, 요즘 식생활이 엉망이라 뭘 먹어도 오랜만임. 그리고 왠지 기회가 되면 닥치고 먹는 습관이 생겼어. 그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놓고 거지라고 하면 곤란해. 나는 진짜 그런거 예민하다.
_그리고 어째 된 일인지 책을 한권 주었을 뿐인데 두권을 선물 받았다. '요리코를 위하여'랑 '신참자' 연휴내내 읽을 책이 쌓였으니, 기쁘구나. 몇 권 더 살참이었는데 이걸로 버텨야겠어. 사실 지난 휴가 때 읽으려고 샀던 책 두권도 아직 다 안 읽었어. 한권은 꽤 재밌었는데 손을 못댄거고, 한 권은 좀처럼 진도가 안나가. 나는 왜 뒷편에 쓰인 광고 문구에 이렇게 잘 낚이는 가.
_이어폰이 고장이 나서 들른 문구점에서 아저씨가 느닷없이 아들자랑을 하시는 바람에 그걸 듣고 있느라 되게 곤욕이었다. 멀리 있는데 어쩌라고 연애도 못하고 있는데 어쩌라고 돈도 잘 보내주는데 어쩌라고. 또 소니 이어폰을 샀다. 이게 세번째 인가. 핑크-형광연두-다시 핑크. 그냥저냥 젤 무난하지 않은 가. 줄이 흰색이라 때 타는 것만 빼면 괜찮아.
_주말이 정말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는데 또 다음 주말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온다. 늙는다는 건 그런 모양이야. 정말 시간 빨리 가네.
_좀 화가 나는 일이 있었는데 어디다가 쏟아낼 성질의 것도 아니고 아무한테도 말을 못했더니 그냥 속 끓인 것 마냥 그렇다. 나는 얘기를 잘 들어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 내 얘길 들어주는 사람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