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090815 홍대

오후3시 2009. 8. 15. 23:32


_홍대에 가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무시무시할 것 만 같았던 홍대 첫경험(?!)은 비교적 무사히 쓸데없는 것들을 지르고 대량 출혈을 한다음에 끝났다. 이번달 카드값 빠져나가는 것 보고 한숨쉰게 고작 며칠 전 이었던 같은데 이렇게 학습능력이 없어놔서야 어디 다음달도 그 다음달도 부채가 줄어들기나 하겠느냐 말이지. 펑펑쓸 돈도 없으면서 진짜, 카드를 잘라버리던가 해야겠다. 카드가 없으면 월삼만원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토록 비루한 인생.  

_새벽두시에 잠들어서 사경을 헤매이고 있는데 아침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싱크대 아래서 냄새가 나는 것 때문에 전문가를 부르신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오셔서 싱크대 아래를 살펴보셨다. 어제도 날은 더웠는데 창문을 활짝 열어서 인지 아직 아침이라서 인지 냄새가 덜한다. 내가 처음 지식인 뒤져보고 알아냈던 배수관이 문제라고 하신다. 일단 저것부터 바꿔보고 냄새가 더 나면 싱크대 뜯어서 볕에 말려보자고 하신다. 룸메가 저럴경우엔 벽을 뜯어내는 것 밖에 없다고 열변을 토했었는데 월셋방 세놓으면서 어느 주인이 벽 뜯어내야 한다는데 그러마 하고 단숨에 승낙할까. 그나마 룸메는 같이 없었으니 난 입도 뻥긋 안하고 날 더우면 스멀스멀 냄새가 더 기어나오니까 제발 어떻게든 좀 해주싶사 했더니 5분만에 뚝딱 아저씨가 호스를 갈아놓았다. 오후에 들어오니 냄새가 안난다. 그래도 배수관 세척제 한통을 때려부었다. 룸메의 개코도 이번만은 어떻게 넘어가 주길 바래본다.

_불신지옥을 봤다. 혼자 구석탱이에서 봤는데 졸 무서웠음 ㅎㄷㄷ. 아니, 영화가 무서웠다는게 아니라. 너무 구석탱이에서 혼자봤다. 난 내가 공포영화를 혼자서도 잘 본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보기싫은건 스킵해서 넘겨버렸기 때문이고, 영화관에서 본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봤으니 그렇게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스토리라인이나 공포분위기 조성하는거나 <아랑>과 <령>을 닮았는데 이렇게 하겠다 싶은 장면에 반드시 그렇게 된다. 남상미가 '아빠'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결말이 예상되는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상미눈하 첫장면부터 완전 폭풍알바 하던데 이게 이 언니 캐릭터의 영원한 굴레일 듯. 사실 나이로 따지면 눈하라고 부를 수 없는 상미눈하지만. 흑. 난 동갑인줄 알았는데. 엔딩크레딧 올라갈때 다들 실소를 금치 못하던데 괘... 괜찮을까. 이 영화.

_너무 일찍 영화를 보는 바람에 벙쪄버린 시간을 메우려고 최배혁,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전에 가야겠다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은 8월15일 광복절이라 닫혀있는 카페문만 보고 돌아왔지만. 다.. 다시 가야겠지. 위치고 뭐고, 메모를 안해와서 다산콜센터에 전화(언니는 참 친절하더라)까지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닫혀있는 문 앞을 서성이며 마음이 쓰렸지, 아마. 약도는 참 애매하고도 요상하게 되있어서 콜센터 언니야도 사실 좀 당황하면서 설명해줬지만 카페 미스홍은 홍대입구 5번 출구보단 합정 3번 출구에서 가깝고 홍대입구에서 가면 서교호텔을 지나 국민은행이 보인다면 다 찾아온거나 다름없다. 국민은행 골목으로 들어오면 영빈관인지 영빈인지, 중국집이 크게 있고 망설이지 말고 쭈욱 걸어오면 전시회 안내에 익숙한 그림이 있다. 

 
_아아, 다시 가야지. (울먹) 불이 꺼진 가게 안은 생각만큼 작은 듯.

_집앞 반디앤루니스에서 최근에 관심있게 보고 있는 세무회계 서적을 찾으러 경영 섹션에 갔더니 어떤 아저씨가 몇급 준비하냐고 대뜸 물어봤다. 몇 급이 다 뭔가, 그거 먹는거야 우걱우걱? 대충 책 구경이나 하러 온 나한테 어디서 일하는지 더존은 써봤는지 회계 경력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는 통에 얼결에 대답을 하고 말았다. (이런 병신) 그 와중에 친절이라고 이 책이 괜찮았다 하며 목차부터 회계 원리까지 출판사 영업사원처럼 책장을 펴서 설명을 하는데 나는 눈 둘 곳을 모르고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어느 회사 경리부장이라는데 그 회사 어딘지 몰라도 부하직원들 고생길이 훤하겠다 싶더라. 그냥 그랬다. 내가 일본추리소설 섹션앞에서 누군가 미미여사 소설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말을 걸고 싶었을 테고, 북새통에서 루비시리즈 신작 앞에서 몇번이나 마주친 그 여자한테 요네다 코우를 백번 추천해주고 싶었던 것 처럼. 그 비슷한 거긴 한데 아저씬 좀 과했다. 마지막엔 부담스러워하는걸 느꼈는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책을 읽고계셨지만. 세무회계2급은 다 아는거긴 한데 너무 기초적인것 같고, 1급을 하자니 독학으론 실기까지 무리겠지 싶고. 혹시 그 책을 구입하게 된다고 해도 반디는 아닐 것 같다. 아, 그리고 이건 진심인데 아저씨 인생이나 걱정하세요.

_컴활2급필기 족보 하나랑, 씨네21,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을 들고 나와 계산대에 갔더니 직원 아저씨가 다행히 친절하게 이거 교환,반품 안되는데 정말 사가실 건가요, 하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책에 문제 있는거 아니면 교환, 환불 안됩니다 하는 직원의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하는 엄포를 들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집어들어 계산을 하고 있는 내가 점점 초라해지는거다. 내가 병신이라 1급 책 산다는게 멍때리고 있다가 2급 책을 들고와서 "아 이거 제가 잘 못가져간건데요. 교환, 반품 안되나요?" 하면 정말 안해줄건가?  비닐에 꽁꽁 싸놔서 견본도 못보고 무리수를 두고도 구입하려는 고객한테 그런 주의는 안하느니만도 못하다. 근데 왜 영진닷컴은 이 책을 그렇게 꽁꽁 싸놨을까. 대충 훑어보고 안살 것 같아서? 근데 실상 이런 수험서를 내용도 보지 않고 선택하는 독자입장은 돈을 내고 사면서도 찜찜하다. 이거 나한테 안맞으면 어떻게. 반품도 안된다는데(웃음). 열어봤더니 그냥 그렇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이거 편집디자인이 가독력이 떨어지는데다 휴대를 목적으로 하는 '족보'란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계단식으로 된 모양도 그렇고 디자인도 구리다. 젠장. 하하핫. 내용이야 뭐 공부해보면 알겠지. 

_ASP 입문서를 보는데 그냥 눈앞이 핑글핑글이다. 알 것 같기도 한데 반쯤만 알 것 같으니까, 거기다 두려운 함수가 들어있다. 이 놈의 수학의 늪은 나를 어느 수렁까지 끌고 들어갈 셈인지 도무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수학은 학교 졸업하면 다 소용없다고 한 그 개새끼는 누구였는지 가서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어야지.

_웹표준에 맞는 웹페이지 구성에 도움될 만한 도서가 없다. HTML이든 뭐든, 이미 손과 눈에 익숙해져 버린 코딩방법을 바른 방법으로 인도해줄 수 있는데 참고할만한 도서가 딱 한권 있었는데 이론뿐이라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차라리 웹표준으로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게 빠를 듯.   

_혼자 영화보기, 혼자 밥먹기, 혼자 쇼핑하기 신공에 이어 혼자 밥먹으면서 맥주 마시기 레벨업에 성공했다. 아사히 맥주는 입이 깔깔하지 않은게 맛있더라. 내가 맥주를 주문하자 마자 주문받은 종업원언니가 더 놀래더라. 미안해요.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오늘 너무 더웠잖아요? 더우면 주린배에 밥보다 맥주 생각이 더 나는거 평범한게 아닌가?   

_'브로콜리 너마저'의 마이스페이스에 음악 플레이어에 설정된 거 무한 반복하고 있는데 너무 좋다. 이 사람들 노래가 너무 좋다. 좋아서 죽을 것 같은데 공연 소식이 없다. 8월 한밤중의 열대야처럼 몹시 서럽다. 못듣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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