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130509

오후3시 2013. 5. 9. 13:11


_여전히 전화를 하기는 힘들다. 가볍게 일상의 대화를 하고, 또 안부를 묻고 하는 일련의 것들이 해를 거듭지나와도 여전히 낯설다. 하다보면 늘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게 문제. 문제를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도 문제. 몹쓸 자기합리화이긴 한데 머리론 이해해도 가슴으로 납득이 안돼. 내가 왜 그래야 하는 지. 왜 그런 노력을 해야 하는지. 

_아 그냥 그런 낯간지러운 짓은 정말 못하겠더라고. 

_모 홈에 가면 시집살이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현실의 시집살이야 이보다 더 독하겠지만, 아 그래 시집살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은 느낌이 문득문득 들어. 안 들어가면 그만이긴 한데 아쉬운 건 나니까 또 발길을 끊을 수가 없고. 뭘 해보겠다는 것도 아닌데 멀리서도 이러니 직접 당하고보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도 안된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숨이 턱턱막혀.  

_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나는 그냥 '썰풀이'가 너무 싫어요. 그럴거면 제대로 쓰라고. 영양가 없는 보통의 클리셰를 가지고 엉터리 반죽이나 하고 노는 것 밖에 더 돼? 어떤 것이든 흐름이란 있기 마련인데 못마땅한 흐름이 지나가니 나는 바짝 쪼그리고 앉아 숨이나 쉬어야겠어. 그보다 못 쓰는 병이나 먼저 어떻게 해주면 좋겠는데. 누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_어제 집 근처라 매일 지나만 다니던 가게에 충동적으로 들어갔다. 반년 전에 새로 생긴 집인데 금방 망할 것 같더니 그래도 제법 버틴다 싶었지. 들어가자 마자 카운터에 주문을 했더니 이인분만 포장을 한대. 싼 가격도 아니면서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기왕 한번 들어온 거(두번 올 것 같지는 않고) 일단 이인분으로 주문을 했다. 포장한 걸 집에 와서 열고 보니 찜닭포장할 때 쓰는 거대한 통에 반만 담긴 내용물은 부실하기 그지 없고, 덜렁 국물 하나 챙겨준 것도 은근히 화가 치미는데, 맛도 없었다. 그냥 맛이 없었다. 떡 몇 개 더 넣는 거, 당면 몇 가닥 더 넣는 거, 그리 아까워서 음식장사 어찌하누. 지나갈 때마다 맛있을까 생각하던 마음은 고이 다 접었다. 게다가 실내 인테리어는 왜 그리 우중충해서 가게 전체가 어두워보인다. 홀에 앉아 무슨 밥맛이 날까. 비싸고 맛없는 음식을 사서 깎아내리는 건 아닌데, 기왕 (인테리어에)돈 들인 거면 냄새로 입맛 돋우게는 못하더라도 시각적으로 밥맛 떨어지게 하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_생각없이 어른이 된다는 것, 그 자체로 무서운 일이다.

_사람은 과거를 알아야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 요즘 ㅎㄱㅅ공부를 하면서 생각하는데 진짜로 짧게는 몇십년, 몇백년에 걸쳐서 똑같은 과거가 되풀이 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미치게 재미있다..........국사는 이리도 재미진데, 왜 시험공부를 하려고 하면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질까. 덕분에 미루고 미루던 이불 빨래와 장판을 정리했다. 청소기도 밀고 물걸레 질도 했다. 대다나다......  

_모두가 빤히 눈뜨고 보고 있다. 

_나는 여전히 그 사람을 싫어하지만, 그 사람이 한 말은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신기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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